매일신문

환율 오르막 행진 "1,150원도 멀잖다"

25일 원/달러 환율이 하룻동안 16.4원이나 급등, 1,078원대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달동안 무려 70원 이상 상승하면서 25일엔 3년9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일부 은행 창구에선 1달러당 1,100원에 팔리기도 했다.

수입된 원자재를 가공해 납품하는 부품소재산업이 주력인 지역 산업현장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유학생 자녀를 둔 가계도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달러값이 엄청 비싸졌다

25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16.40원 급등한 1,078.90원을 기록했다. 2004년 11월17일의 1,081.40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1,006.00원을 찍은 이래 한달도 안돼 이 기간동안에만 72.90원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지난달 4일 1,050원대로 급등했던 환율은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같은달 9일 장중 1,000원 아래로 떨어진 뒤 한동안 1,000~1,020원 범위의 박스권에서 안정적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원화는 각국 통화에 대해 급격한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달 15일 1.60달러 선을 고점으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1.47달러 선까지 내려갔고(유로화 약세), 엔/달러 환율역시 한달새 6엔 이상 급등(엔화 약세)하면서 110엔대로 올라섰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자꾸만 주식을 팔아대는 것도 달러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뒤 달러로 바꿔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서브프라임 충격이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지난해 8월말 이후 1년간 41조4천억원 가량의 주식을 매도, 이 자금을 달러화로 환전한 뒤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가고 있는 것이다.

◆혼란에 빠진 시장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채권값은 연 이틀 급락하면서 자금시장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말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5.96%로 마감했다. 앞서 내림세를 보였던 국고채 금리는 연 이틀 상승하면서 18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채권값이 뛰어오르면서 돈을 구하지 못하는 '신용 경색' 현상은 더욱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도 뉴욕증시의 강세에도 불구, 힘을 쓰지 못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0.35%, 코스닥지수는 0.19% 상승하는데 그쳤다.

은행 창구는 이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송금 수요를 뚝 끊어버렸다.

대구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달러값이 너무 올랐다'며 송금을 미루고 돌아간 고객이 여럿 나왔다"며 "1만달러를 송금할 경우 며칠 사이 20만원 가량 손해를 본다"고 했다.

산업현장도 걱정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자재값 폭등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 철강가공업체 대표는 "환율이 한달만에 10%씩 급등하면 원자재 수입가격에도 고스란히 오른 환율이 적용되는데 이렇게 되면 원자재값이 순식간에 10%씩 올라간다. 버텨낼 기업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어디까지 오르나?

시장 관계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1,15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고환율을 억제해왔던 우리 외환당국이 적극적 개입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날 10억달러 안팎을 풀었으나 환율 상승세를 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구은행 트레이딩부 이성우 부부장은 "원/달러 환율 추세가 완전히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으로 간다면 단시일내에 1,150원대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러다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달러 강세가 꺾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에서 지역 기업들이 평가하는 적정 원/달러 환율은 1천3원으로 나타나 기업들은 환율의 하향안정을 선호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입원자재가격 상승이 가중되고(56.9%), 환헤지상품 손실 발생(17.9%), 대출원리금 상환부담 증가(15.4%), 환변동보험 환수금 납부(7.3%) 등의 피해를 보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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