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골프 못치면 공사도 못딴다?

"접대골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왜 이리 호들갑인지?"

안동시청 공무원들의 해외 접대골프 여행 의혹에 대한 본지 보도(지난 20일자 4면) 후 지역 건설업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몇 건설업자들은 전화로 "업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운동이나 한번 합시다'란 말이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한 건설업자는 "골프 못 친다는 이유로 다 따놓은 공사도 빼앗겼다"고 흥분했다. 그는 "관련 공무원이 '공 한번 칩시다'라고 툭 던진 소리에 '저는 골프를 아직 못 배웠는데요'라고 한마디 한 게 4천만원짜리 공사를 눈 앞에서 날려버리게 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이들은 안동 지역의 공직사회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 A과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말했다. 어떤 사람은 "나도 모 계장하고 일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심하게 해먹으려 해서 중간에 그만둔 적 있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했다.

공무원들의 골프붐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업부서 공무원들이 금·월요일에 출장과 휴가를 갔다면 십중팔구는 중국이나 태국행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봐도 틀림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처럼 건설업자들이 터진 봇물처럼 불만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그동안 접대골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다시는 접대골프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업자들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프를 고리로 업자와 유착하고 또 다른 검은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문제의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 접대골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질 게 뻔한데 중복 징계가 불가능해 자칫 실형 공무원이 공무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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