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미술에선 신동이 왜 없나요?

한 주부가 미술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어서 "미술학원 보내지 마세요!" 라고 했다. 다음 주에 만나보니 그 주부의 미술학원 원장님이 날 좀 보잖다. 내게 좀 따질 일이 있다고. 솔직히 나는 아이들을 미술학원에 보내는 것을 반대한다. 물론 훌륭한 미술교육을 하는 학원들이 많다. 하지만 부모 손잡고 미술관이나 갤러리 가는 것만큼 좋은 미술교육은 없다. 실제 작품을 눈으로 보면서 갤러리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부모와 같이 의견을 나누는 것만큼 좋은 미술교육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에선 신동이 나타나는데 미술에선 왜 없나요?"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음악에선 대부분이 악기연주분야에서 어린 천재들이 나오지만 작곡분야에선 거의 없다. 미술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작곡과 같은 것이다. 숙달 반복하는 연주기술과 다르게, 어린 나이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술은 단지 생각을 실어 나르는 도구일 뿐이다. 정신적인 성숙이 뒷받침이 되는 성인이 된 후에 훌륭한 작곡가가 탄생하는 것처럼, 미술에서도 정신적인 성장과 사고의 축적이 먼저다.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야 나중에 사용할 때 풍부하게 나온다.

보는 것부터 먼저 가르쳐야 한다. 그리는 것을 먼저 가르쳐서는 안 된다. 음악을 듣고 즐기듯이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즐기는 것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 그리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에 훌륭한 명작들의 맛을 보게 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이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것처럼, 뛰어난 명작들을 많이 감상하게 하는 것이 최상의 미술교육이다. 이들이 모두 미술작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어릴 때 즐겼던 예술에 대한 경험들이 인생을 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유학생활 때 느꼈던 일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에 와서 그리는 것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졸업 때 보면 그들이 한국 유학생들보다 더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제작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어릴 때 부모 손잡고 미술관 다니던 경험들이 나중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의 미술수업을 미술관에서 많이 한다. 갤러리큐레이터와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많았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최상의 맛있는 요리를 자주 먹어본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는 게임의 성패는 이미 나있었다. 다시 한번 어머니들에게 말하고 싶다. 최상의 미술교육은 어릴 때 최고의 작품들을 많이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좋은 작품이 집에 걸려있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최규(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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