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산업포럼 발족 김길웅 경북대 교수

"흙, 물, 빛은 생명의 바탕 식량 무기화 대비 해야죠"

"흙, 물, 빛. 이 세 가지는 생명의 바탕입니다. 현재 그 바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위태로움을 간과할 경우 사람에겐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습니다."

전국 최초 '풀' 박사 1호인 경북대학교 농과대학 김길웅(65) 교수가 오는 9월부터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김 교수는 지난 23일 경북대학교 농과대학 학장에서 명예롭게 퇴직하면서 '농산업 포럼'을 발족시켰다. 농산물의 생산, 저장, 가공, 유통 등 농작물이 소비자에게 가는 전 과정에 '자연 친화적'인 정책을 개발한다는 그의 목표다.

또 다른 한편에선 식량 위기를 대비,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펼친다. 현재 5대 곡물인 쌀, 옥수수, 보리, 밀, 콩의 식량자급률은 25%에 그치고 있다. 김 교수는 식량이 무기화됐을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과 같이 유사시 골프장을 농작물 생산 단지로 만들어 식량 자급을 해결하거나, 외국의 식량 생산 대국과 협업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경상북도와 함께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사실 김 교수에게 식량 자급 해결은 소명과도 같은 업무였다. 그는 지난 1974년 국제미작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한국의 녹색 혁명을 일으킨 주역이다. 당시 통일계 벼 200㎏을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로 가져가 5개월 만에 105t으로 늘려 한국의 보릿고개를 해결하는 전령사로 나섰다. 그 후 또 한차례 식량 증식을 이뤄내 1975년 한국의 첫 '식량자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흙, 물, 빛이 만들어낸 생명력으로 한국인의 식량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후 그는 교직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어린 시절 교수의 꿈과 미작연구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북대 농과대학의 구심축이 됐다. 특히 그는 토양의 생명력을 대변해주는 '풀'에 학업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풀의 생리와 생태를 통해 작물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풀의 생명력에 매료됐다. 풀을 연구하는 것이 자연 전체를 연구하는 것이라는 그는 최근의 토양 오염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과도한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이 면역력을 잃어가자 농약 심의와 평가, 실험을 담당하는 농약관리위원 겸 분과위원장까지 맡았던 그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한 것이다.

대안으로 그는 '정밀농업'을 들고 나왔다. 토양의 산성화와 비옥도를 정확히 측정한 후 비료나 농약의 적정량을 정하는 농업 방식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불교에선 '100리 안의 농산물을 먹으면 몸이 치유된다'는 말이 있다"며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몸도 그럴진대 땅은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흙과 풀과 함께한 32년의 교직 생활을 마치는 그, 그의 모습에선 땅을 섬겼던 선조의 애틋한 감정이 묻어났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