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재건축 시장 침체 탈출 '8·21조치'에도 역부족인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재건축 현장도 곳곳에서 공사 및 분양 연기 등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을 위해 철거가 끝난 대구시내 한 공사 현장.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재건축 현장도 곳곳에서 공사 및 분양 연기 등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을 위해 철거가 끝난 대구시내 한 공사 현장.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8·21 조치 발표로 재건축 아파트 규제 완화가 발표되면서 재건축 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종 주거 지역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높이가 종전 최고 15층에서 평균 18층으로 훨씬 높아진데다 안전진단 절차가 2회에서 1회로 줄어들면서 사업성이나 기간이 대폭 단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8·21 조치로 시장이 들썩이는 수도권과 달리 대구 재건축 시장은 상당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재건축 현장을 신규로 수주할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데다 일부 단지는 시공사와 공사 계약을 했지만 시공사 자금 위기로 공사 착공은 물론 이주, 철거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도 조합원들이 '지위'를 포기하고 무더기로 현금 청산을 받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어 대구 재건축 시장은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동면에서 깨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하면 시공사나 조합원 모두 손해(?)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벌었던 2006년, 대구에서만 5개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와 공사 계약을 한 A사.

대다수 현장의 계약 시점이 2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현재 공사에 들어간 곳은 100여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 1곳이 유일하다. 나머지 4개 현장은 공사 착공을 물론 이를 위한 이주나 철거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A사가 자금난에 몰리면서 자체적으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데다 A사의 지급 보증을 통해 공사 대금을 빌려줄 금융회사도 없는 탓이다.

A사 관계자는 "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들의 민원이 상당하지만 주택 경기 침체로 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해봤자 현재로는 사업성도 없다"며 "언제 사업을 재개할지도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주·철거를 끝낸 뒤 공사 착공에 들어간 재건축 단지 상황도 어렵기는 비슷하다.

올해 가을 분양 예정인 달서구 상인동의 한 재건축 단지는 전체 조합원 600여명 중 500여명이 현금 청산을 신청했다. 조합원 지위를 갖고 신규 분양을 받아봤자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재산적인 이익이 없기 때문.

시공사 측은 "조합원들이 대부분 현금 청산을 한 탓에 사실상 시공사 자체 사업이 됐고 현재로선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사업 수주를 할 때만 해도 사업성이 좋았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입주를 앞둔 아파트마다 분양가격을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원 현금 청산은 대구 아파트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2006년 하반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지난해 이후부터는 분양에 들어간 대다수 재건축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현금청산 도미노가 일반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재건축 아파트'가 조합원이나 시공사 모두에 찬밥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재건축 중단 장기간 이어질 듯

대구시가 재건축 단지로 지정한 곳은 모두 175개소에 이르지만 8월 현재 사업 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46개, 시공사 계약까지 한 단지는 38개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착공에 들어간 곳은 21개이다. 6개 단지는 준공을 마쳐 실제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는 15개 정도다.

대구시 재건축 담당자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공사 계약을 한 곳은 단지 규모가 작은 2, 3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조합 설립이나 사업 승인을 신규로 신청하는 단지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최소한 1, 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사업 정비업체인 주성 CMC 김점균 대표는 "재건축 사업의 전제는 사업 준공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이지만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섰지만 당분간 대구에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는 시공사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올해 준공에 들어간 일부 재건축 단지 가격이 분양가보다 떨어진 곳이 많은데다 사업 추진 중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2006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며 "사업 추진이 어려운 재건축 단지일수록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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