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족교육·인재육성 '여걸' 崔송설당 애국정신 기린다

오는 31일 개관하는 송설역사관 내부 모습.
오는 31일 개관하는 송설역사관 내부 모습.

민족교육의 선구자 최송설당(崔松雪堂·1855~1939) 선생을 아십니까?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털어 고향인 김천에 학교를 세웠던 최송설당. 일제치하인 1931년 5월 9일 김천고등보통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이인 여운형 조만식 등 민족지도자들은 그에게 '동양 최초의 여성 육영사업가'라는 찬사를 보냈다.

당시 대표적 사학 설립자인 안창호(대성) 김성수(중앙) 민영환(흥화) 이용익(보성) 민영휘(휘문) 아펜젤러(배재) 등은 모두 남성이었지만, 11번째로 사학을 건립한 최송설당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조선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보모로 10년 동안 덕수궁 생활을 마치고 나온 송설당은 사회사업을 활발히 벌였던 여걸이면서 한시와 국문 가사에 능해 '송설당집'을 남긴 궁중 여류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거액이었던 30만원이 넘는 전재산을 해인사에 시주하려고 했으나, 친일세력이 사찰을 장악한 것을 우려한 만해 한용운과 지역 인사들의 설득으로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경상도에서는 유일한 사립학교였던 김천고보(현 김천중·고)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송설교육재단(재단이사장 정해창 전 법무부장관)은 개교 77주년을 맞아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송설역사관'을 오는 31일 개관한다.

송설역사관에는 송설당의 삶과 민족교육에 대한 열정, 개교 이후 국내외 정세를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자료들로 가득하다. 특히 1935년 개교 4주년 기념식과 최송설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당시 우파 지도자 송진우와 좌파 지도자 여운형이 송설당과 함께 찍은 사진은 민족교육과 인재육성에 헌신해 온 송설당의 발자취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이 땅의 젊은이들을 배움의 굶주림에서 해방시키면서 명문 사학으로 발전해온 김천 중·고의 발전사도 접할 수 있다. 일제에 맞서 우리 청년들의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매년 12월이면 학생들이 러닝과 팬티만 입고 달리는 이 학교 전통의 명물 '내한(耐寒) 마라톤' 사진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배출한 4만여명의 졸업생 중에는 송설역사관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우리나라 정치·경제·학계·법조·관계를 대표하는 '송설을 빛낸 인물' 150여명이 역사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김천 중·고 총동창회(회장 송석환·64·동진기업회장)는 8년간에 걸친 자료수집과 준비 끝에 송설역사관을 개관했다.

김천·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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