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약초향기 그윽한 대구약령시 동문 근방에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어르신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는 한 '옛날식 찻집'이 있다.
올해로 8년째 설·추석 명절을 제외하고 늘 아침부터 밤까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어르신들을 맞는 이 찻집 주인 허태자(55)씨는 이 일을 매우 보람있게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오시는 모든 어르신들도 젊었을 때는 이 사회에서 중추적인 일을 한 사람들인데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듯 얼굴에 주름진 세월의 흔적이 나타나고 건강도 약해지는 것을 하루하루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이 찻집의 실내 분위기도 다른 찻집과는 다르다. 벽마다 서민 생활이 담긴 한국화가 걸려 있고, 곳곳에 인생과 세월을 나타내는 서예작품과 손때 묻은 물건들이 진열돼 편안하고 아늑한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단골손님인 정모 어르신은 "친구들과 와서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구수한 옛날 유행가를 듣고 있노라면 세월의 아쉬움도 잊게 된다"며 "이 찻집이야말로 바쁘게 살아온 인생을 다시 생각하면서 나를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말벗이 되고 혹은 집안의 어려운 일이나 중요한 일들도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면 모든 어르신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큰 아들이 회사에서 승진했다고 기분이 좋아 오늘은 차 한잔씩 사겠다는 이모 어르신의 행복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좋은 손자며느리를 보게됐다는 김모 어르신의 웃는 얼굴, 어렵게 귀여운 손자를 보았다고 덩실덩실 춤추는 어느 어르신의 모습도 있다. 이렇게 이곳에 모인 어르신들의 마음 속에는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살아있다.
차 종류도 어르신들의 건강에 좋은 달걀 노른자 동동 떠있는 쌍화차를 비롯해 진한 한약 재료로 끓인 약차 등 한국 전통차가 많이 있다.
찻집 주인은 오시는 어르신을 부모님 모시듯이 정성으로 대접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자주 오시는 어르신들이 갑자기 못 오시거나 연락이 없으면 걱정이 돼 잠을 이루지 못하고, 특히 매일 오시는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면 찻집 분위기가 숙연해진다고 한다.
이극로 시민기자 kuekro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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