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가을 여행

지난 24일 막을 내린 베이징올림픽은 화려하고 웅대했다. 환호와 탄식, 열광과 아쉬움이 명멸하고 우정과 환희가 넘쳤다. 중국의 비약적 발전과 잠재력을 만방에 과시한 나름의 저의가 깔려 있지만 사상 최대, 지상 최대의 축제로 손색이 없었다. 이런 거대한 잔치마당을 통해 인류는 만나고 휴식한다.

잔치는 끝났다. 베이징올림픽은 성화가 꺼지고 중앙무대의 현란한 추억의 탑이 사라지면서 추억으로 돌아갔다. 사람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제각각 주어진 시간 속의 여행을 떠난다. 생존여행과 여흥여행이 뒤섞인 여행이다.

올림픽 열기처럼 도무지 숙질 것 같지 않던 폭염의 여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면서 조락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색과 여행의 계절이다. 삶의 여행은 이런 계절의 순환 가운데 있다. 사람들은 여행길에서 어느 날 피할 수 없는 끝을 만난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鐵(철)의 여인' '철의 宰相(재상)'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치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 최초의 여성 당수에 최초의 여성 총리, 3기 10년을 연임한 사상 최장기 집권 총리로 일세를 풍미했던 그가 어느새 83세다. 그는 쇠락 일변도였던 영국을 강대국 반열에서 한치도 밀려나지 않게 공고하게 만들었다. 그의 딸이 "어머니는 100% 강철로 만들어져 세월이 가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고 병도 들지 않는 분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철의 여인도 조락의 계절 여행에 접어들었다.

숙명의 여행가 김삿갓은 당대의 언론인인 양 사회 저변의 인간사를 유추하게 하는 날카로운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춥고 배고픈 나그네의 처량함을 감추지도 않았다. '서쪽으로 열세 고을을 이미 지나왔건만/이곳은 떠나기 아쉬워 머물게 되네/깊은 밤에 아득한 고향을 생각하니/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西行已過十三州/此地猶然惜去留/雨雪家鄕人五夜/山河逆旅世千秋-思鄕).

여행은 놀이일 수도 노역일 수도 있다. 그러나 놀이로만 또는 노역으로만 끝날 일은 아니다.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베이징에서 런던으로 이어져 다시 화려한 잔치마당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가을 나그네처럼 떠돌다 그런 잔치에서 다시 만난다.

김재열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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