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무뎌진 안보의식이 '여간첩 사건' 불렀다

탈북을 위장해 군 장교 등과 접촉하면서 군사 기밀과 탈북자 정보를 빼내다 붙잡힌 여간첩 원정화 사건은 충격적이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인 그는 특수훈련을 받고 중국을 거쳐 2001년 남파돼 군 장교들과 내연관계를 맺으며 기밀을 빼내 북에 넘겼다고 한다. 게다가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군부대를 돌며 안보강연을 하고 다녔다. 함께 구속된 황모 대위는 원 씨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우리군 장교의 정신 나간 안보관에 말문이 막힌다.

그간 남한 사회에 적응 못 한 일부 탈북자들이 이런저런 말썽거리가 된 적은 있지만 간첩사건은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국민에게 주는 충격은 크다. 당국은 원 씨가 입국 전 중국에 머물면서 탈북자와 남한 사업가 100여 명에 대한 납치 공작에 관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탈북자로 인정받고 국내에 정착해 버젓이 활동할 수 있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당국의 탈북자 인정과 관리에 큰 구멍이 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올해 6월 말까지 탈북자 수가 1만4천 명에 달할 정도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탈북자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원정화와 같은 소수의 불순분자를 가려내지 못하면 피해는 탈북자에게 돌아가게 되고 우리 사회는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탈북자들을 도매금으로 색안경을 쓰고 볼 것은 물론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과거 10년간 좌파정권의 안이한 안보의식과 허술한 탈북자 관리가 낳은 결과다. 지난 10년간 간첩 체포가 1건뿐이라는 실적이 말하듯 대공 기관들이 수사를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정권의 눈치나 본 건지 모르겠다. 이 사건은 간첩이라는 말만 해도 용공조작으로 백안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안보의식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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