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이비 명품족, 자녀도 명품으로…

유모차, 장난감 수입산 이용

이제 두돌을 넘긴 가은(가명)이가 쓰는 물건들은 대부분 수입 명품들이다. 할머니로부터 140만원 상당의 노르웨이산 '스토케' 유모차를 선물 받아 타고다녔고, 카시트는 독일산 '콩코드'를 이용한다. 장난감은 알레르기 방지 처리가 돼 있다는 이탈리아산 '세비&트루디'와 미국산 '바비' 인형. 머리핀은 프랑스산 '디올'을 사용한다. 어머니 이모(31)씨는 "국산 제품들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 하나뿐인 내 아이에게는 전혀 아깝지가 않다"며 "한눈에 봐도 귀족스러운 면모가 몸에 배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중국의 '소황제'에 버금가는 한국판 '소황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로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미안함을 '돈'(금전적 지원)으로 보상해주고 싶어하는 '듀크(Dual Employed With Kids)족'들이 늘어나면서 너도나도 '특별한 내 아이'를 외치고 있는 것.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8 블루슈머 7'에 '외동이'가 선정된 것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신세대 엄마들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명품'에 길들여진 20, 30대 여성들은 자녀들도 '명품'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 성인용 명품을 축소한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가방 등에서 고급브랜드로 통하는 마크 제이콥스를 축소한 '리틀 마크' '베이비 디올' '버버리 키즈' 'D&G 주니어' 등 소위 '베이비 명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베이비 명품 정보를 처음 접했다는 강모(27)씨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뒤지면 오히려 국산 제품보다 저렴하게 수입 명품 옷을 사 입힐 수 있다"며 "시작은 욕심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것이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중 백화점 등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식이나 인공젖꼭지, 기저귀 등 거의 모든 육아용품들도 '외국산'이 주류다. 사교육에서도 유치부 영어전문학원이나 유소년 스포츠 클럽 등으로 고급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5세 아들을 유소년 스포츠 클럽에 보내는 주부 이모(33)씨는 "인성교육부터 올바른 성장발육까지를 모두 꼼꼼하게 체크해 주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신세대 엄마들의 욕구가 위화감을 조장하고 아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월 출산을 위해 아이 장난감을 손수 만들었다는 한선희(30)씨는 "특별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꼭 비싼 돈을 들여야만 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듬뿍 담은 옷과 장난감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아이들에게까지 스며들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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