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대구 남구 대명6동 '르네상스'

스테이크·샐러드바 등 22년간 대구 입맛 업그레이드

레스토랑 르네상스의 역사는 대구 양식업의 역사와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음식점의 평균 수명은 7.5개월. 르네상스의 22년 역사가 유난히 빛나는 이유다.

온갖 종류의 음식점과 카페들이 즐비한 앞산 먹거리 마을, 그곳에 가장 처음 깃발을 꽂은 것이 르네상스였다. 김영수 대표는 1986년 당시 논과 밭, 넝마주의 천막만 있던 허허벌판에 레스토랑 '산마리노'를 개업했다. 파크호텔 총주방장 출신인 그는 자본이 없는 대신 '맛있으면 손님은 어디든 찾아온다'는 신념으로 배짱을 부린 것.

당시 대구의 양식 레스토랑은 1천400여개. 대부분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밀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 가운데 산마리노는 '이야기가 있는 레스토랑'을 선포하고 800평이 넘는 마당에 솜을 깔았다. 초겨울, 그 위에 안개등을 켜 마치 눈 속에 파묻힌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보름이 채 되지 않아 대성공을 거뒀고 1년 후 지금의 자리에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르네상스는 대구의 입맛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지금도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 때 밀가루를 볶아 브라운 소스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르네상스는 처음부터 고기와 뼈로 육수를 낸 육즙으로 소스를 내는 방법을 고수, 진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전해준다.

스테이크에 사용하는 고기도 남다르다. 한우 생육을 김치통에 넣어 숙성시키는 방법을 20년동안 고집해왔다. 온도 편차가 없는 김치통에 일주일 이상 숙성시키면 고기엔 가장 맛있는 단백질이 생긴다. 육즙의 손실을 최대한 막아 최적의 고기맛을 내면 스테이크는 씹을 것 없이 부드러워진다. 두터운 스테이크 고기를 씹으면 육즙이 입안 가득하다. '고기에 약을 뿌린 게 아니냐'며 따지고 드는 손님이 있을 정도.

일본식 돈가스를 10여 년 전 선보인 것도 르네상스다. 얇은 고기에 질 낮은 빵가루를 입혀 바싹 튀겨낸 것이 돈가스의 전형으로 통용될 때 과감히 새로운 돈가스를 선보였다. 숙성시킨 돼지고기를 두텁게 썰어내고 여기서 직접 구운 빵가루로 튀겨낸다. 고기가 부드러운 것은 물론 입체적인 빵가루의 질감이 살아났다. 일본식 돈가스를 처음 선보였을 때 '왜 이렇게 두껍냐, 왜 바싹 튀기지 않냐'는 항의도 받지만 이젠 일반적인 맛이 됐다.

이는 요리경력 40년이 넘는 조리사 출신 김영수 대표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가보다 자존심을 걸고 음식을 내놓는다. 그렇기에 마진이 적더라도 최상의 음식재료를 고집한다. 지금은 보편화된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바 형식을 대구 최초로 선보인 것도 그다. 스테이크를 먹는 손님들에게 양질의 샐러드를 서비스하기 위해 몇 가지 샐러드를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내놓은 것이 7년 전. 지금은 70여가지의 음식을 갖춰놓고 샐러드바를 따로 운영한다.

그는 지금도 요리에 대한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방의 질을 생각해 조리 이사에 조리박사학위 소지자를 스카웃했을 뿐 아니라 소문난 맛집이라면 일본까지도 찾아간다.

현재 1층은 샐러드바 위주의 르네상스, 2층은 스테이크와 와인바 마리아쥬로 다른 분위기로 운영하고 있다. 르네상스 한우1등급 냉장육 샤또브리앙 3만5천원, 바닷가재와 안심스테이크 3만9천원. 샐러드바 런치 1만3천원, 석식 1만5천원. 053)626-777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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