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11시 15분. 쿠바의 6번 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이 친 타구가 박진만'고영민을 거쳐 1루수 이승엽의 글러브로 들어가는 순간, 103년 역사의 한국 야구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 같은 꿈'을 이루었다. 한국 야구가 이루어낸 '꿈'이 다른 어느 금메달보다 특별한 것은 앞으로의 올림픽에서 퇴출되는 야구의 마지막 금메달이라는 안타까움과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드라마'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야구'와 '꿈'을 함께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1989)'이다. W'P'킨셀라의 소설 '맨발의 조(Shoeless Joe)'를 바탕으로 한 '꿈의 구장'은 야구를 매개로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판타지 가득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타지가 현실과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화해,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젊은 시절의 못다 이룬 소망 등 누구나 한번쯤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30대의 평범한 농부 레이(케빈코스트너)를 통해 미국인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레이는 옥수수밭에서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라는 이상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된다. 고민을 하던 레이는 자신의 농장에다가 야구장을 만들면 '맨발의 조'조 잭슨이 돌아와 다시 야구를 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고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꿈의 구장'을 직접 만든다. 그리고 '꿈의 구장'에 비운의 야구 스타 조 잭슨이 유령으로 돌아온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맨발의 조'조 잭슨은 1919년 '블랙 삭스 스캔들'로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된 전설의 선수이다. 조 잭슨이 소속된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으로 인해 우승을 신시내티에게 내주고 만다. 조 잭슨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를 포함한 8명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로부터 영구 추방 당하고 야구계에서 쓸쓸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영화'꿈의 구장'에서 조 잭슨은 옥수수밭을 떠도는 유령으로 등장해 자신이 못 다한 생전의 꿈을 레이의 도움으로 이루고, 레이도 조 잭슨과의 만남으로 자신이 평생 짊어졌던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영화 '꿈의 구장'에서는 케빈 코스트너의 젊은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19번째 남자(Bull Durham)''사랑을 위하여(For Love of the Game)'등의 영화로 '야구영화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케빈 코스트너는 그가 가진 스포츠적인 재능과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영화 내내 편안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 '꿈의 구장'DVD는 최악의 구성을 갖춘 '악명 높은'DVD이다. 표지 설명과는 달리 애너모픽(와이드스크린TV의 규격에 맞게 화면 비율을 지원하는 방식)이 적용되지 않은 영상은 상영시간 내내 거친 입자를 뿌려주고, 영화 전편에 걸친 필 알덴 로빈슨 감독의 음성 해설은 한글 자막마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영화의 이해에 필수적인 부가 영상들도 한글 자막이 전무해 무성의한 DVD 타이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악한 구성이 영화 '꿈의 구장'이 가지는 진정성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없는 DVD지만 본편의 영화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한 또 다른 의미의'보물'이다.
김경덕(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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