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팬티 한 장 달랑 입고 사람들 앞에 서려니 용기가 안 났어요. 하지만 대회에 나가기로 한 이상 제 몸에 내재한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뽐낼 겁니다."
대구보건대학 2학년 이혜영(21·뷰티코디네이션과·사진)씨는 29일부터 열리는 세계보디페인팅 아시아대회에 모델로 참가한다. 보디페인팅도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인데, 보디페인팅 모델은 더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모델은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여기에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하려는 용기가 가상했다.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웨딩숍에서 샘플앨범 모델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것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세계 무대에 모델로 서 보겠어요." 이씨는 이번 대회에 세미프로팀으로 참가한다.
한 달 전부터 그는 맹연습을 했다. 매일 대여섯 시간씩 학과 친구인 보디페인팅 아티스트와 호흡을 맞췄다. "모델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작업중에는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몇 시간씩 서 있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날 정도입니다." 엎드린 채로 작업을 할 때는 그대로 잠을 잘 때도 있다고 했다.
브러시로 몸에 물감을 칠할 경우 간지러움은 어떻게 극복할까 궁금했다. "처음엔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느낌을 전혀 못 느끼는 석녀(石女)인가 봐요. 헤헤."
보디페인팅 모델은 팬티 하나를 제외하면 알몸이다. 보디페인팅이라는 예술 장르가 미술과는 달리 캔버스가 아닌 인체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 전문 모델도 아닐 뿐더러 어린 나이에 사람들 앞에서 벗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을까? 그는 "수영장에 가보면 비키니 입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아요. 비키니보다 더 아름다운 물감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니 별것 아니더군요"라고 대답했다.
이씨는 대회가 당장 코앞에 다가왔지만 자신감에 차 있다. 벌써부터 금메달 상금(150만원)으로 뭘 할까 고민중이다. 그래서 예선과 본선에 올릴 작품을 살짝 귀띔해달라고 물어봤다. "지금은 절대 가르쳐줄 수 없어요. 대회장에 오시면 환상적인 제 몸과 색깔의 조합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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