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컬렉션, 컬렉터](7)좋은 컬렉터란

"투자 안목보다 그림에 대한 애정 먼저 갖춰야"

지난달 2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2007년 신소장품 지역순회전. 한국 미술시장 특징 중 하나가 공공 컬렉션이 미흡해 개인 컬렉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2007년 신소장품 지역순회전. 한국 미술시장 특징 중 하나가 공공 컬렉션이 미흡해 개인 컬렉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 특징 중 하나가 공공 컬렉션이 미흡해 개인 컬렉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미술관 수집 능력이 사립미술관보다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컬렉터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그들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지역 컬렉터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컬렉터의 자세는 무엇일까.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림에 대한 사랑이다.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유행을 좇는 것보다 안목을 길러 자기 색깔을 갖고 꾸준히 미술품을 구매하라고 강조한다.

전국을 다니며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는 한 컬렉터는 "한국의 경우 공공 미술관에서 상업성은 떨어지지만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미술시장이 균형 있게 성장하려면 다양한 작가들을 길러내는 토양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중심이 확실히 잡힌 컬렉터들이 많아야 된다. 컬렉터들이 꽃그림만을 선호하면 꽃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만 양산된다. 컬렉터들의 수요가 다양해지면 다양한 작품이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인기가 없지만 외과는 의료계에서 꼭 필요한 분야다. 마찬가지로 미술시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해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A컬렉터는 "현 미술시장 컬렉터들의 70% 이상이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작품을 혼자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미술관을 설립하거나 사회에 기증하는 컬렉터들이 거의 없어 아쉽다. 그림이 좋아 화랑에 들러 꾸준히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좋은 컬렉터"라고 평가했다.

B컬렉터도 "최근 상업적인 이유로 컬렉션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그림이 좋아서 작가들을 만나고 조금씩 안목을 넓혀 가는 것이 컬렉터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C컬렉터는 "화랑이 추천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단계를 벗어나 자신이 눈여겨본 작가의 전시를 열어 작품 세계를 조명하라고 갤러리에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좋은 컬렉터"라고 주장했다.

의사인 한 컬렉터는 "투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림에 대한 애정이 우선이다. 그림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작품을 감상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가를 받았다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컬렉터는 "여윳돈으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사서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류에 편승해 무리해서 작품을 구매했을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D컬렉터는 "컬렉션을 직업으로 생각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긴 시간을 두고 작가, 화랑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미술사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최근 중국 미술이 각광받는 이유 등 미술시장 흐름에서 하나의 맥을 짚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신진 컬렉터들이 젊은 작가의 작품 구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위험이 크다. 젊은 작가 발굴은 안목이 생겼을 때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조언했다.

한 여성 컬렉터는 "사고 싶은 작품을 사기 위해 팔아서 안 되는 작품을 판 경험이 있어 자신은 좋은 컬렉터가 아니다"며 "그림은 최소 5년 이상 걸어 두고 보려는 자세로 구매하고, 국내외 미술잡지 4, 5권 이상을 구독하며 전시를 많이 보고 공부하는 컬렉터가 좋은 컬렉터"라고 밝혔다.

다른 여성 컬렉터는 "유행을 무시할 순 없지만 유행에 사로잡혀 자기 안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자기 취향이 아닌데 소위 뜨는 작가이기 때문에 작품을 사는 것은 바람직한 컬렉터의 자세가 아니다.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사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부산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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