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지역문화정책과 도시재개발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예술의 고유한 가치와 그것이 가지는 교육적 가치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했던 과거의 문화정책들은 이제 포괄적 개념으로서의 문화정책에 대한 통합적 접근 방식에 의해 그 빛을 잃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외부로부터의 투자를 유인하거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도시내부를 재개발하는 수단으로서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화정책 사례는 영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버밍엄과 글래스고의 문화정책은 예술이 이끄는 도시 재개발 전략의 사례이다. 1970년대 버밍엄은 주력산업이었던 자동차산업의 쇠퇴로, 그리고 글래스고는 철강 및 조선 산업의 쇠퇴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으나 강한 지역 정체성을 이용한 문화정책으로 도시재개발에 주력했다. 버밍엄은 전시컨벤션센터와 버밍엄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서트홀을 비롯해 여러 공연장을 건립하였으며, 런던에 상주했던 국립 발레단과 몇몇 예술단체들을 버밍햄으로 유치했었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인 사이먼 래틀은 이 시기에 버밍엄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으로 임명되어 버밍엄이라는 도시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었다. 이외에도 재즈 페스티벌이나 영화제 등이 이때 만들어져 도시의 이미지를 새로이 하고자 하는 시도를 펼쳤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정책은 교육과 같은 다른 부문의 공공지출을 줄이도록 했으며, 상주 예술단체들의 재정적 손실이 과다하게 발생함에 따라 전체적 맥락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비해 글래스고의 문화정책은 성공적인 사례이다. 1975년부터 1989년까지 글래스고는 주력 산업의 퇴조로 인구가 23%나 줄었으며 도시 중심부는 슬럼화되어 폭력이 난무하는 일탈의 도시로 이름났었다. 이에 대한 대처로 글래스고는 1983년부터 문화예술이 이끄는 도시재개발계획을 추진했었다. 이 계획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건설되었고 연례 예술축제가 만들어졌으며 한동안 버려져 있던 시청 주변의 오래된 창고와 사무실들이 예술인들의 스튜디오,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상점들로 개조되어 나중에는 번화가로 바뀌어졌었다.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글래스고 시민들로 하여금 자기 고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으며 글래스고라는 도시를 마케팅함에 있어서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버밍엄이나 글래스고처럼 도시재개발 차원에서 다양한 문화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이 문화창작활동 활성화라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한 도시의 경제전략이나 관광정책과 맞물린 통합적인 계획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 지역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닌 지역에 맞는 독특한 것이어야 하며 정책 수행에 있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동엽(동구문화체육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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