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피의 비밀]커피의 유래와 전설

커피의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크게 세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로 양치기소년 칼디와 관련한 얘기. 7세기경 에티오피아 남서쪽 카파지역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살고 있었던 칼디는 어느날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염소들을 불러모았는데 몇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탈한 염소가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들지 못하고 계속 흥분한 상태로 축사를 돌아다녀 그 다음날 염소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가보니 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를 덕은 것이다. 며칠동안 염소들을 관찰한 결과 큰병을 얻은 게 아니라 빨간 열매를 따먹으면 흥분하고 기운에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호기심에 칼디도 그 열매를 따먹었는데 온몸에 힘이 넘치고 머리가 맑아졌다. 칼디는 근처 수도승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으며, 그 수도승들에 의해 커피로 발전됐다는 것.

두번째는 13세기 무렵 모카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오마르는 이슬람교의 일파인 수피교 사제로, 기도와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스승이 유언으로 전해 준 아름다운 마을'모카'에 이르렀다. 마침 모카왕의 딸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치료를 해 주게 됐다.

치료과정에서 공주를 사랑하게 된 오마르는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막으로 추방당해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오마르는'오우삽'이라는 산에서 신에게 살려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고, 신의 예시에 따라 빨간 열매를 따먹고는 몸에 활력을 얻었다.

오마르는 이 열매가 신의 선물이자 축복이라 믿었고, 모카로 다시 돌아와 이 열매를 달여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썼다. 신비의 영약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는 오마르의 소문은 이슬람 세계로 퍼졌고, 그는 모카의 성인으로 추앙받기에 이르렀다는 것.

세번째는 15세기 중반 한 아랍인이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다가 나무 그늘에 앉아 짐을 풀고 밥을 짛는데 불을 지핀 나무에 달린 열매의 향기에 끌려 쪼개어 보니 더 은은한 향기가 나왔다. 또 부서진 열매를 물에 빠뜨린 뒤 오염된 물이 정화되는 것을 보고 그 열매를 가져와 회교 율법사에게 고하고 물에 우려먹는 방법을 보급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세가지 설 모두 그럴듯하지만 신뢰할만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사실확인은 불가능하다. 커피를 '분(boun)'이라고 부르는 에티오피아 농부들은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커피음료가 생기기 전부터 커피열매를 그대로 먹거나 씨앗을 빼고 껍질과 과육을 살짝 구워 끓인 음료를 마셔왔다. 커피원두나 잎은 요즘에도 그곳에서는 귀한 약으로 여겨진다.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역사학자들은 커피 원산지를 에티오피아로 보고 있고, 커피를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시킨 것은 예멘의 이슬람교도들이라는 주장에 수긍하고 있다. 술을 마실 수 없었던 이슬람교도들은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이슬람의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슬람교도들이 커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커피에 관해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페르시아의 현대 무용담에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졸음을 이기려 애쓰고 있을 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음료를 주고 갔으며, 이 음료가 바로 신의 선물, 커피라는 것이다.

김영중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