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블루골드 물의 전쟁]⑨최고 물산업 강대국, 프랑스

세계 물기업 1,2위 파리에…해외시장 70% 장악

프랑스에서는 19세기부터 상하수도 서비스를 민간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베올리아 워터가 운영하고 있는 생말로 정수장. 베올리아 워터 제공
프랑스에서는 19세기부터 상하수도 서비스를 민간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베올리아 워터가 운영하고 있는 생말로 정수장. 베올리아 워터 제공
세계적 물 전문기업들은 수처리 기술개발에도 해마다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베올리아 앙주(Anjou) 연구소.
세계적 물 전문기업들은 수처리 기술개발에도 해마다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베올리아 앙주(Anjou) 연구소.
기욤 두르당(Guillaume Dourdin) 베올리아 워터 코리아 대표이사
기욤 두르당(Guillaume Dourdin) 베올리아 워터 코리아 대표이사

민간 위탁운영과 광역화를 골자로 한 상수도사업 개편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25일 환경부가 마련한 '먹는물 정책 선진화 토론회'에서는 민간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환경부와 물값 폭등을 우려하는 시민단체가 열띤 공방을 벌였다. 더욱이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하루 만인 26일 상수도 민간위탁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밝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간위탁 방식을 150여년 전에 도입하고 여러 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상하수도사업을 운영하는 프랑스의 성공사례와 문제점은 우리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 물 산업 강대국

물 산업 전문조사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세계 1, 2위 물 기업은 모두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올리아 워터'(Veolia water)와 '온데오 워터'(Ondeo water)이다.

베올리아는 매출액이 100억유로가 넘고 서비스 인구는 1억3천390만명에 이른다. 또 온데오는 매출액 50억4천만유로, 서비스 인구 1억2천250만명이다. 이밖에 매출액 9억9천만유로, 서비스 인구 1천40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소어'(saur)도 세계 13위에 올라있는 등 프랑스는 세계 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물 산업 강대국이다.

이들 회사는 세계 물 시장의 개방화도 주도해왔다. 실제로 두 회사의 프랑스 내 사업비중은 베올리아 18%, 온데오 14%에 불과하다. 세계 10대 물 기업 가운데 베올리아와 온데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해외사업 비중은 50~100% 수준이다. 물 기업의 외국 진출 사례도 베올리아의 전신인 '제네랄 데죠'(Generale des eaux)가 1880년 이탈리아 베니스와 상수도사업 양여계약을 체결한 것이 세계 처음이다.

베올리아 워터 본사에서 만난 캐롤라인 클로페(clopet) 해외언론 담당은 "해외 64개국에 1천329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채용하는 직원이 27만명이 넘는다"며 "물 산업 전반에 관한 디자인·솔루션 제공과 담수화설비에 최근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특한 민관협력(PPP) 방식 발달

프랑스 물 기업들이 이처럼 급성장한 것은 특유의 공공서비스 분야 민관협력(Private-Public Partnerships) 방식 덕분이다. 원래 상하수도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기초자치단체 '꼬뮌'(Commune)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인구 1만명도 안 되는 소규모 꼬뮌이 97%나 돼 꼬뮌별 상하수도 서비스는 처음부터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고 여러 꼬뮌들은 하나의 조합을 구성한 뒤 운영을 민간기업에 위탁하게 됐다.

제네랄 데죠가 1853년 프랑스 리옹(lyon)시와 체결한 계약은 세계 첫 상수도사업분야 민관협력 계약이었으며 최근에는 다른 국가에서도 통용되는 사업모델이 됐다. 민관협력에는 시설에 대한 자금조달을 기업이 맡는 양여계약(Concession)과 지자체가 담당하는 리스계약(Affermage) 등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민간기업으로부터 상수도서비스를 제공받는 인구는 80%에 달한다. 꼬뮌이 직접 관리하는 급수인구의 비중은 1970년 47%에서 1980년 41%, 1990년 25%로 계속 줄어들어 현재는 20%에 그치고 있다.

최송학 경북도 유럽통상투자지원센터 소장은 "민관협력방식의 증가는 수돗물 수질기준이 강화되면서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기에는 어려운 기술들이 요구되고 대대적 시설개선에 필요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지난 5년간 프랑스의 상수도요금은 12% 인상됐다"고 말했다.

◆변화의 물결

1853년 세계 최초의 물 전문기업으로 탄생한 베올리아와 1880년 리요네즈 데죠((lyonnaise des eaux)로 출발한 온데오는 리스계약 형태로 파리의 상수도공급서비스를 맡고 있기도 하다. 시내를 흐르는 세느(Seine)강 오른편은 베올리아, 왼편은 온데오가 담당하고 있는데 1985년 자크 시라크 시장 때 취수·정수 등 상수도 생산은 파리지방공사(SAGEP·지분 파리시 70%, 베올리아 등 민간기업 30%)에 맡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2009년 12월에 계약기간이 끝나는 이후에는 상수도공급도 과거처럼 공공부문에 맡기겠다고 파리시가 지난 6월 발표했기 때문이다. 1871년 파리 꼬뮌 붕괴 이후 좌파 후보로는 처음으로 2001년 파리시장에 당선됐던 베르나르 들라노 시장은 지난 3월 시장 선거에서 상하수도 서비스의 완전 공공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했다.

안느 르 스타(Anne Le Strat) 파리 부시장 겸 파리수자원공사 '오 드 파리'(Eau de Paris) 사장은 "향후 6개월 내에 파리시내 상하수도 전반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을 세울 방침"이라 밝히고 "1개 기관이 모든 분야를 통합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파리시의 이 같은 '과거로의 회귀'에 대해서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파리시의 누수율이 유럽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인 10% 정도이며 요금도 ㎥당 2.77유로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시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또 그동안 충분한 경쟁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프랑스 정부의 자국보호주의 탓이 아니라 외국 물 전문기업들의 진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물 산업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새로운 실험'은 상수도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아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기욤 베올리아 워터 코리아 대표

"프랑스에서는 연간 약 550건의 대형 입찰이 상하수도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물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욤 두르당(Guillaume Dourdin) 베올리아 워터 코리아 대표이사는 "프랑스가 물 산업 강국이 된 것은 민간기업들이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식 민간위탁 운영방식에 대해 "지자체들이 민간기업의 효율적인 물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150여년 동안 민관협력이 발전하게 된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상하수 공급·처리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어 규제는 지방분권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또 한국시장이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지역의 가장 핵심적인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올리아 워터 전체 매출액(2007년 말 기준 109억유로)의 9%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창출됐다는 것.

그는 "1999년 한국지사 설립 이래 투자액이 5천500억원이 넘는다"며 "산업용수 서비스 등 한국 내 사업은 회사와 고객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와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세계 물 시장 상황과 관련, 그는 "극소수의 전문기업에 의한 시장 독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외 업체의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이 물 산업을 성장하게 할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한층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민간위탁 이후 요금 급증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 "수도 요금의 결정권은 서비스 목표를 설정하고 운영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지자체에 있는 만큼 기우"라며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결정 역시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