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는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27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신당동에 있는 (사)성서공동체 FM 방송국에서 만난 정수경(44·여) 대표는 "라디오 전파를 타고 오는 목소리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음성에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어요. 우리는 그 따뜻한 목소리를 주민들의 삶 속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죠."
4년 전 우연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모한 지역공동체 라디오 사업을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에 라디오 방송국을 개국했다는 정씨. 어느덧 지난 22일로 개국 3주년을 맞았고 현재는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들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라디오 전파를 쏘아 보내고 있다.
정씨는 지난 3년간 라디오와 함께 생활하면서 얻은 삶은 크나큰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온실안 화초로 자란 제가 녹음기 하나 달랑 들고 서민들과 부대끼면서 배웠던 삶의 지혜가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몰라요."
정씨의 가장 큰 인생 교과서도 주민들과 어울려 겪는 일상이다. 라디오에 대해 따로 공부해본 적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론적 지식은 자칫 서민들의 삶에 색안경을 덧씌울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얼마전 한 할머니를 취재했는데 지난번 방송된 한 할아버지의 사연과 너무 닮아 물었더니 할머니가 대뜸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할머니는 이전 할아버지 사연속의 주인공이자 아내였다. 할머니를 만났을 땐 이미 할아버지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내용의 라디오 사연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난 후였다.
이런 따뜻한 주민들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정씨는 항상 든든하다고 했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비하면 다윗과 골리앗이지만 주민들 삶의 중심에는 늘 저희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에요."
전국을 권역으로 하고 출력 1kw인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비하면 성서FM은 반경 5km내외 출력 1w로 미미하지만 옆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는 건 지상파가 결코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서FM을 찾는 주민들은 누구나 '라디오 스타'가 될 수 있다.
"언제나 방송국 문은 열려 있어요. 이곳에선 모두가 평등하게 라디오에 출연할 수 있어요. 내가 주인인 셈이죠."
제작·진행진들이 이주노동자, 주부, 화물트럭 운전기사, 대학생, 대학 강사 등 무보수 자원봉사자 60여명으로 이뤄진 성서FM은 오늘도 성서 주민들의 삶에 따뜻한 전파를 보내고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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