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은 순수 한글로 된 1450년대 허균의 '홍길동전'이다.
서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으로 부르지 못한 당시의 사회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귀족들의 권력과 부패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활빈당을 만들어 부패한 관리를 습격하여 곡식을 굶주린 백성에게 나누어 준다는 의적의 이야기이다. 문신인 허균은 조선시대의 모순을 비판하고, 광해군에 항거하다 참형을 당하였다.
'홍길동전'보다 100년 앞서 한문을 번역한 '설공찬전'이 나와 화제가 되었다. 세 번이나 과거에 1등으로 합격하여 수재로 알려진 채수는 반정공신들의 권력다툼과 간신, 반역자들은 지옥으로 간다는 저승귀신으로 비유하여 당시로서는 황당한 이야기라 할 수 있으나 소설로 당시 사회상을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임금님도 정치를 잘못하면 지옥에 간다고 되어있어 조정이 발칵 뒤집혔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금서로 기록을 남겼다.
이와 같이 글은 숨어있는 메시지가 있다. 메시지가 없는 글은 꽃노래와 다를 바 없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오늘날까지 이렇게 빛나는 것은 글 속에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는 왜정 치하 지성인들의 애환을 부르짖었다.
그런데 이러한 글을 쓰기란 쉽지가 않다. 지금과 같이 언론의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잡혀가고 처자식까지 희생되어야 하는 조선시대나 일제하에서는 대단한 애국심이다.
'상록수'의 심훈, '무영탑'의 현진건, '탁류'의 채만식, '임꺽정'의 홍명희는 투옥작가이다. 얼마 전 작고한 솔제니친 같은 반체제 작가는 세계 여러 나라에 있다. 때문에 작가가 돋보인다.
문학은 시대의 거울이다. 괴테는 문학을 통해 독일을 세계에 알렸고,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반대로 일신의 영화를 위해 권력에 편승하고 영화를 누린 작가도 있다. 이광수, 최남선, 유진오, 서정주, 장덕조, 모윤숙, 유치진 등 친일 작가로 분류되는 분이 42명이나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TV에 나오는 '진품 명품'에 안중근의 붓글씨는 1억이 넘는데 반하여 이완용의 붓글씨는 종이 값으로 단돈 10만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금과 돌의 차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세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는 한평생이 금이 될 것인지 돌이 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소설가 송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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