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마저 불법 광고물로 가리셨습니까?'
28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남구 대명동 서부정류장 인근 대로변에 설치된 교통안전표지판에는 본래의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법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빈방 있음' '원룸즉시입주가능' '식당 아줌마 급구' 등 크고 작은 벽보가 표지판을 하얗게 덮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물을 뿌리고, 끌(껌 떼는 도구)로 10여분을 긁어내자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 안전 운행을 위해 운전자들이 꼭 봐야 하는 표지판이었다. 맞은편도 사정은 마찬가지. 원래는 '횡단보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세워둔 것이었지만 사실상 '광고판'으로 전락해 있었다.
안전운행의 지침이 되는 교통안전표지판이 불법광고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봇대와 신호등에 벽보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지자체에서 올록볼록한 부착방지판을 둘러놓자, 광고물을 붙일 수 있는 편평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붙여대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한창 광고물 떼내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동안에도 골목길 한쪽에서는 50대의 한 남성이 풀을 바른 뒤 '빈방 있음' 안내를 붙이고 사라졌다. 단속에 나선 남구청 이진숙 지역교통과장은 "아무리 많은 인력이 동원돼 정비활동을 벌여도 돌아서면 또다시 벽보로 뒤덮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남구청 공무원들은 서부정류장과 봉덕시장, 가든호텔 일대에서 1천여장의 벽보를 떼냈다. 이 과장은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주요 간선도로변이나 이면도로 교통시설물을 못 쓰게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매주 1차례씩 정비 활동을 벌이는 한편 상습 광고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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