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상의 대구시소방본부장 구속으로 1개월 동안 계속된 대구지검 김천지청의 소방비리 수사는 일단락 됐으나 상층부와 중간 간부, 하급 직원 등 직급을 가릴 것 없이 뇌물 수수와 상납 관행에 빠져 있는 등 소방 당국이 심각하게 부패해 있음을 드러냈다. 더욱이 사법처리된 간부들은 인사 청탁을 미끼로 본인이 직접 뇌물을 받기도 했지만 부하 직원들을 금품을 받아오는 '행동대원'으로 대담하게 활용하고, 수사과정에서 서로 걸고 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소방 직원들의 진정과 투서로 수사에 나선 검찰이 지난해 4월 구미소방서 소방행정과장으로 재직 중 부하 직원들의 업무상 약점을 이용해 4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황모 경산소방서 구조구급과장을 지난달 29일 구속할 때 이미 김모 구미소방서장은 검찰 수사망에 포착돼 서장급 사법처리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황 과장이 김 서장에게 업무상 약점이 잡힌 직원들의 징계 무마와 다른 직원들의 인사청탁 명목으로 400여만원을 건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김 서장은 서장 직무를 이용해 돈을 횡령한 혐의까지 추가돼 모두 81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된 것.
김 서장 구속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던 뇌물 비리 건은 역시 '억울하다'는 김 서장의 진술로 이 본부장에게 직격탄이 날아갔다. 그는 칠곡소방서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 11월 칠곡에서 발생한 화재 때 직원 2명이 숨지는 사고로 직위해제 돼 당시 경북소방 지휘관인 이 본부장에게 조기에 징계를 풀어달라며 300만원을 직접 건넸다고 진술했다. 또 3개월 만인 2006년 1월 김천소방서장으로 보직을 받은 김 서장은 황 과장을 통해 사례금조로 200만원을 이 본부장에게 주었다. 황 과장은 또 다른 직원 4명이 인사 청탁조로 준 550만원 중 50만원을 '꿀꺽'하고 이 본부장에게 500만원을 전달했고, 이 본부장의 금품 제공 통로 역할을 하면서 본인도 구미소방서 소방행정계장을 청탁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오는 역을 맡겼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위 아래 할 것 없이 뇌물 수수 고리로 연결된 '비리 종합세트'로 조직 전반에 만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 기관에서 종합감사로 소방 당국의 비리 실태를 일제점검하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천·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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