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U턴·인도주행…' 오토바이 아찔한 '無法질주'

"오토바이 횡포, 더 이상 못 참겠어요."

28일 오후 4시 대구 북구 칠성시장 인근 네거리.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4대의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행인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헤집고 지나갔다. 한 여성은 갑자기 쌩하고 바로 옆을 지나는 퀵서비스 배달 오토바이에 놀라 넘어질 뻔했다. 오토바이들은 횡단보도를 채 다 건너기 전에 차로로 방향을 틀어 속도를 높였다. 유턴을 하려던 차들이 갑자기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인도로 뛰어든 오토바이 한대는 보행자와 부딪칠 뻔했지만 사과는커녕 신경질적인 경적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택시기사 안모(62)씨는 "차선을 왔다갔다하고 중앙선을 넘는 것도 다반사여서 오토바이만 보이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오토바이가 무단횡단과 불법유턴, 중앙선침범, 인도 위 질주 등으로 도로질서를 어지럽히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퀵서비스업체와 배달업소 및 스쿠터족 증가 등으로 이용 인구가 크게 늘고 있지만 운행 법규를 지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밤에는 소음기를 뗀 채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시가지를 질주, 시민들의 밤잠을 빼앗고 있다. 폭주족들이 달구벌대로는 물론 상인동, 시지동 등 주택밀집지역 도로 앞에서 설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은 전혀 없다.

위험천만 곡예 운전이 빚어지면서 이륜차 관련 사고와 사망자 수는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오토바이로 인한 사고 건수는 2003년 475건에서 지난해는 1천197건으로 2.5배나 급증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16%를 차지하면서 5년 전 8%에 비해 2배가 늘어났다. 올 들어서만도 벌써 900여건의 오토바이 관련 사고가 발생해 이 중 15명이 사망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데 비해 오토바이 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률도 차량에 비해 2배나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등록을 기피하면서 2003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 5년 동안 대구지역의 이륜차 등록대수는 고작 6천여대(5.6%)가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무등록 오토바이가 많이 운행되고 있다. 운전자 김모(28·여)씨는 "며칠 전 오토바이가 내 차의 사이드미러를 깨고 지나갔는데, 번호판이 달려있지 않아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며 "10만원 수리비를 고스란히 물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6월 조사결과 지역운전자의 안전모 착용률은 91.5%에 이르는 등 비교적 높지만 인도주행과 정지선 및 지정차로, 신호 준수율은 10~70%대로 일반 자동차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대구경찰청은 다음달 1일부터 이륜차 법규위반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재래시장 등 위반다발지역은 집중관리하고 추석절 전후에는 이륜차 날치기예방활동과 병행, 금융기관 주변의 이륜차 인도주행도 막는다. 경찰은 "고의성 없는 생계형이나 경미한 위반행위는 계도 조치하는 등 교통질서 확립에 중점을 두고 단속하겠다"며 "오토바이 역시 '차량'에 포함되므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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