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잔치인 올림픽이 성황리에 종결되었다. 준비와 손님맞이에 고생한 중국 국민들과 담당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많은 투자와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덕분에 2008년 한여름 동안 세계인들이 함께 웃고 즐거울 수 있었다. 참가국이나 참가인원수에서 그리고 이념이나 동서양의 문화차이, 인종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도 잘된 올림픽이었다.
중국은 노력한 만큼 실속도 차렸다. 의도대로 글로벌리더로서의 자격조건이 충분하다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우선 올림픽의 핵심인 경기 자체를 장악했다. 금메달 51개로 세계 1위, 금, 은, 동을 합치면 모두 10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의 전통문화와 현대기술을 접목한 개막식과 폐막식도 금메달감이다. 문화헤게모니를 장악한 셈이다.
"안전한 국가"라는 이미지도 확보했다. 양안문제, 티베트문제, 동돌궐문제 등 자체적 취약점이 있고, 국제테러에 노출된 상태였지만 별 탈 없이 올림픽을 치렀다. 더욱이 올림픽 개막 직전 북한 금강산관광객 총격사건, 개막 직후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 등 위기상황이 있었음에도 영향이 적었다. 비전통영역의 안전헤게모니를 장악한 셈이다.
세계 화인이 단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역시 중요한 성과다. 중국국적을 가진 중국인, 화교는 물론이고 중국인이라는 의식을 가진 모든 사람을 화인으로 통칭하여 중국인에 포함시켰다. 중국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마다 대만, 홍콩, 마카오는 물론이고 세계 모든 화인들이 일치된 함성을 울렸다. 이는 영토의 확장이 불가능한 국제법적 현실을 고려하면 또 다른 형태의 국가확장이고, 중국은 역동성을 장악한 셈이다.
'국민동원' 능력도 돋보였다. 스스로 사회주의 초급단계라고 규정한 중국정부의 국민동원, 통제, 관리능력은 세계 그 어떤 체제하의 정부보다도 훌륭했다. 사람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강아지까지 소개해버렸다. 조셉나이 교수가 제기한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명제를 초라하게 만든 것이고, 사회주의 종주국으로서의 헤게모니를 확립한 셈이다.
또한 올림픽 성공으로 중국은 자연스럽게 비동맹 즉 제3세계국가의 명실상부한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아프리카, 남미는 물론이고 전쟁 중이던 이라크까지 참여했다. 이는 향후 다수결로 결정되는 모든 국제기구의 의사결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보편적 국제법, 규범과 규칙을 장악한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이 수확한 최고의 과실은 미국과의 관계재정립이다. 중미 양국은 올림픽을 통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공(ball)'을 매개로 주고받은 이들의 대화는 누구나 해독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1971년 '핑퐁외교'와 2008년 '농구외교'를 비교해보자. 구기종목 중 공이 가장 작은 탁구와 가장 큰 농구, 양자관계의 비중을 말한다. 규칙도 다르다. 그물이 쳐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영역에서 오는 공만 받아쳐야 하는 탁구와 몸으로 부대끼는 농구, 양자관계의 긴밀도를 의미한다. 시간제한 없이 일정한 점수를 먼저 얻으면 이기는 탁구와 능력이 있으면 정해진 시간 내에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농구, 경쟁방법을 이야기한다. 1:1 내지 2:2의 인원이 고작인 탁구와 5:5로 경기하는 농구, 상호교류의 규모를 의미한다. 바쁜 부시가 중국과 미국의 농구경기를 굳이 보려했던 이유는? 중국과 미국 양자관계가 더 깊고, 더 크고, 더 긴밀해질 것이라는 의미이고, 중국은 미국의 경쟁상대로 인정받은 셈이다.
큰일을 치르고 나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중국 역시 올림픽을 통해 달린 만큼 나아가고 땀 흘린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스포츠정신을 배웠으리라. 만약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리더를 원한다면, 정당한 노력과 정당한 경쟁의 道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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