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 광기의 끝은?…세계를 놀랜 희대의 범죄자들

'발칸반도의 도살자'. 13년간의 도피 생활 끝에 지난달 21일 유고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전격 체포된 전범 용의자 라도반 카라지치에게 붙은 별명이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1992~95) 중인 1995년 유엔이 안전지대로 선포한 스레브레니차에서 무슬림 8천여명을 학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잔혹한 민간인 학살극의 주범이 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포함한 국제전을 통해 인류가 목격한 것은 바로 인간의 잔혹성과 전쟁의 참혹함이다. 이는 비단 전쟁에서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마치 '최악의 살인범' 경연을 펼치듯 끔찍한 살인 행각을 벌이는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인명 살상으로 악명 높은 희대의 범죄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인종 청소' 자행한 1급 범죄자

규모나 성격 면에서 전쟁만큼 살인자를 키우는 것은 없다. 대표적인 인물로 카라지치와 함께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주도해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의 수배를 받고 있는 라트코 믈라디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군사령관이 있다. 여전히 도피 중인 그의 현상금은 자그마치 600만유로로 한화 96억여원에 달한다.

'죽음의 의사'로 불리는 아리베르트 하임도 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의사였던 그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온갖 반인류적 실험을 자행했다. 1946년 미군에 의해 체포됐다가 2년 만에 재판 없이 풀려났지만 1962년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 독일·오스트리아 정부는 현상금 49만5천달러를 내걸고 그의 행적을 뒤쫓고 있다.

독재정부와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에는 이런 인물이 유달리 많다. 수단 대통령인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는 2003년 시작된 다르푸르 내전에서 반군과 민간인 등 3만5천여명을 살해하고 250만명을 고문한 혐의 등 10개의 항목에 걸쳐 국제형사 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돼 있다. 우간다 반군단체 '신의 저항'(LRA)을 20년간 이끈 지도자 조지프 코니는 2005년 ICC에 의해 기소됐다. 우간다 북부 지역에서 수만명을 살해하고 200만명을 추방한 혐의였다.

콩고민주공화국 전 반군단체 지도자인 스코 은타간다에게는 2006년 ICC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그는 2002∼2003년 콩고 동부 이투리 지역에서 15세 미만 어린이들을 강제 징집해 전투에 참여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르완다의 사업가인 펠리시앙 카부가는 1998년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에 의해 국제수배범 명단에 올랐다. 50만명이 희생된 르완다 대학살 사건(1994)의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500만달러를 현상금으로 내걸었다.

◆각국의 연쇄 살인마

연쇄살인 사례는 그 수를 쉽게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범죄학자들은 영국의 화이트 채플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사건 이후 전 세계를 통틀어 알려진 연쇄살인범이 100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연쇄 살인범은 '안데스의 괴물'로 알려진 페드로 로페즈다. 그는 1970대 말~80년대 초에 걸쳐 콜롬비아, 페루, 에쿠아도르 등지에서 300명이 넘는 어린 소녀를 살해했다. 1980년 에쿠아도르에서 체포돼 형을 살다가 1998년 출감해 콜롬비아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근접하는 인물로는 미국인 헨리 루카스와 오티스 툴을 들 수 있다. 로페즈와 비슷한 시기에 범행 행각을 벌인 이들이 죽인 사람 수는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카스는 시체 애호자였고 툴은 인육에 맛을 들였다. 이들은 히치하이커들을 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다음으로는 멕시코의 데 헤수스 곤살레스 자매가 있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던 이들은 부리던 매춘부가 병들거나 가치가 떨어지면 살해했다. 돈 많은 손님도 골라서 목숨을 빼앗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업소에서 90여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독일인 브루노 루트케는 1928년부터 15년간 주로 여성만 골라 살해를 했다. 그 수는 80명이 넘는다.

프랑스인인 마르셀 프시오는 2차대전 중에 방음시설이 돼 있는 자신의 집에서 63명을 죽였다. 그는 유대인을 비롯한 나치로부터 도망가려는 사람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 레지스탕스 요원으로 소개한 뒤 국외로 탈출을 시켜 주겠다며 돈을 받았다. 그리고는 외국에서 발병 방지를 위한 백신을 놓는 척하며 독극물을 투여했다.

◆국가·인종·연령·형태 불문

러시아에도 연쇄살인범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이 치카틸로. 20세기 러시아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로스토프의 도살자'로 불렸다. 그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53명의 여성과 아이를 죽였다. '터미네이터'라고 이름 붙여진 우크라니아인 아나톨리 오노프리엔코도 52건의 살인에 대해 자백했다. 감옥에 투옥된 그는 '살인 기록을 세우고 싶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렌체의 괴물' 피에트로 파치아니가 8쌍의 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인도에서는 수렌더 콜리가 '노이다(Noida) 연쇄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 그는 20명안팎의 어린이를 납치해 강간하고 살해했다. 영국의 프레드 웨스트는 첫 아내와 딸 둘을 포함해 13명의 여성과 소녀를 살해했다.

한국에서도 연쇄살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쓴 '한국의 연쇄살인'(랜덤하우스코리아)을 보면 ▷김대두 사건,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 추정 사건(1970년대) ▷김선자 연쇄독살 사건, 심영구 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1980년대) ▷조경수·김태화 룸살롱 살인사건, 지춘길 사건, 대천 연쇄유괴 살인 추정사건, 황영동 사건, 지존파 사건, 온보현 사건(1990년대) ▷정두영 사건, 고창 연쇄살인 사건, 수원 여성 연쇄납치 살인 사건, 유영철 사건(2000년대) 등이 소개돼 있다. 한국에서 근대 최초의 연쇄살인 사건 '이판능 사건(1921년 조선인 이판능이 도쿄에서 하룻밤 새 17명을 닥치는 대로 죽인 사건)'과 '이관규 사건(1929년 이관규가 남아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연쇄살인은 국경은 물론 인종이나 연령, 형태를 불문하고 벌어진다. 20세기에 일어난 전쟁을 심도있게 분석한 매튜 화이트는 '전쟁중 사망자 수의 인구 대비 비율' 표를 제시하며 여기에 인종이나 종교, 또는 이념에 따른 패턴이 전혀 없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공산주의자든 제국주의자든, 회교 근본주의자든 불신론자든 20세기에 자행된 만행에 대해 독선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어 낙담할 지경"이라고 했다. 카인이 첫 살인을 저지른 이후 인간 본성에 내재하면서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광기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결과들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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