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놈놈놈'은 한국영화 살린 놈…올 여름 흥행결산

올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7월 17일 개봉)이 차지했다.

지난 24일 현재 전국 689만명을 동원했다.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은 정우성, 송강호, 이병헌 등 최고의 배우에 순제작비 174억원을 들인 초대작이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마케팅비까지 포함하면 외형적으로는 한국 영화 최고의 스케일이다.

광활한 만주를 배경으로 도입부의 열차 장면을 비롯해 15분에 달하는 후반부 사막 전투장면 등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였다. 특히 '이 영화가 지면 한국영화가 진다'는 위기감에 의해 총력전을 펼친 한국영화였다. 그러나 초반 무서운 속도의 흥행에 비해 갈수록 힘이 떨어진 편이다. '1천만 돌파'를 위한 '올인'에 비하면 흥행성적은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2위는 '강철중:공공의 적 1-1'(6월 19일 개봉)로 450만명을 동원했다. 6월에 개봉했지만, 흥행에 성공해 여름까지 이어졌다.

강철중은 2편에서 검사로 선회했다가 3편에서 다시 강동경찰서로 되돌아왔다. 제목도 1편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강철중:공공의 적 1-1'이다. 1편에서 부모도 죽이는 패륜아에 악질인간(이성재), 2편에서는 폭력과 살인교사, 거액의 로비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에 집착하는 사학재단의 악질 재벌 2세(정준호)가 공공의 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깡패인 거성 그룹의 회장 이원술(정재영)이 공공의 적. 할리우드 영화들에 번번이 참패했던 한국영화 흥행가도에 한여름 단비 같은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3위는 '미이라3:황제의 무덤'(7월 31일 개봉)으로 403만명이 관람했다. '미이라' 시리즈의 세 번째 액션어드벤처로 학생 관객을 대상으로 '방학 특수'를 톡톡히 누린 작품이다. 전편의 이집트를 벗어나 중국 황제의 무덤에서 깨어난 악령과의 싸움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냈다. 평론가들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여름 극장가 흥행에서는 문제가 달랐다.

4위는 '다크 나이트'(8월 7일 개봉)로 320만명. 152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 액션에 비해 철학적인 서사구조가 길었지만, 흥행 3위를 차지했다.

'놈놈놈' 흥행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그 틈을 타고 연속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올 여름 극장가를 주름잡았다.

미국에서도 개봉 첫주에 1억5천534만달러(한화 약 1천579억원)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역대 배트맨 시리즈 평균 흥행 성적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역대 북미 흥행 순위에서도 1위인 '타이타닉'(6억78만달러), 2위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4억6천99만달러)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5위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7월 31일 개봉). 한석규와 차승원을 투톱으로 내세워 형사와 범인의 밀고 당기는 퍼즐게임을 노린 액션영화다. 그러나 제목은 냉혹한 복수의 법칙을 말하지만, 영화는 단조롭고, 설명적이며, 예측 가능한 결말로 치닫고, 결말 또한 예상했던 대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191만 명을 동원했다.

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8월 7일 개봉)가 143만명을 동원해 흥행 6위를 차지했다. 올 여름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드물었고, 특히 시험의 공포를 호러로 엮어 방학을 맞은 중고생들의 구미를 자극해 뒤늦게 무서운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E'(8월 7일 개봉)가 87만명으로 7위를 차지했다. '토이스토리'를 비롯해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내놓는 CG 애니메이션마다 빅히트 행진을 이어온 픽사의 흥행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구의 청소로봇과 탐사로봇 '이브'의 귀여운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주대상이었던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영화로 흐르면서 흥행이 곤두박질쳤다.

이외 한국영화 '아기와 나'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와 주성치의 '장강 7호' 등이 뒤따르고 있지만, 여름흥행은 사실상 마감된 상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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