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팜므 파탈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요부나 악녀를 칭하는 불어다. 치명적인 여자다. 철철 넘치는 매력으로 남자를 유혹해 불행과 혼돈 속으로 밀어넣는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보디 히트'에서 캐서린 터너의 역이 바로 그렇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남자를 이용하고 헌신짝처럼 버린다.

1940년대 누아르가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선정적인 몸매와 뇌쇄적인 눈빛을 가진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처음 '팜므 파탈'이란 용어가 생겼고, 이후 하나의 문화코드로 인식되었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팜므 파탈'은 아예 제목을 팜므 파탈로 달았다. 미모의 보석 전문 털이범 '로라'(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분)는 칸느영화제에 수천만 달러의 보석을 몸에 걸친 모델이 참석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 현장에 잠입한다.

'로라'는 삼엄한 경비를 뚫고,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데 성공하지만 동료들을 따돌린 뒤 혼자 파리로 도망친다. 파리에서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기 위해 위조 여권단과 거래를 시도하던 '로라'는 낯선 사람들의 추격을 받게 되고, 놀라울 정도로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릴리'라는 여자의 집으로 우연히 숨어 든다. 그러나 '로라'는 바로 눈앞에서 '릴리'의 자살을 목격하고, 어두운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로라'는 완벽한 '릴리' 행세를 하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로부터 7년후, 미국 고위 외교관의 아내로 변신한 '로라'는 남편이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로 발령 받자 어쩔 수 없이 파리로 돌아오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전문 파파라치인 '니콜라스'(안토니오 반데라스 분)는 베일에 쌓인 '로라'에게 흥미를 갖게 되고, 7년전 자신이 찍었던 위조여권 밀거래 현장 사진의 주인공이 그녀임을 알아차린다. 혼란에 빠진 니콜라스는 '로라'의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고,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육체적 마력과 교묘한 계략에 점점 빠져든다. 한편 '로라'의 옛 동료들은 사라진 '로라'와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뒤쫓아 파리에 도착하고, 은밀한 관계를 즐기던 '로라'와 '니콜라스'의 목숨을 위협해온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열렬한 추종자인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은 스릴러의 대가다. 액션물인 '미션 임파서블' 조차 스릴러적인 요소를 집어넣었다. 헬리콥터의 날개가 얼굴 앞에 와서 멈추는 장면도 '레이징 케인'이란 작품에서 썼던 스릴 넘치는 장면이다.

'팜므 파탈'은 자신의 전공 분야인 전통 스릴러에 자극적인 에로틱 코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었다. 영화 초반 옷 대신 뱀 문양의 장식을 걸친 여배우를 화장실에서 유혹해 다이아몬드를 바꿔치는 장면은 에로틱 스릴러의 명장면이다. 특히 레드 카펫을 밟고 후레쉬 세례를 받는 여배우는 칸 영화제를 화려하게 재현하고 있다.

브라이언 드 팔머는 '드레스 투 킬' '스카페이스' 등 걸작도 있지만, '전율의 텔레파시' 등 졸작도 있다. 작품성에 편차가 많은 감독인 편이다. 그렇게 볼때 '팜므 파탈'은 중간 정도. 그래도 스릴러 팬이라면 일람해야 할 영화이다. SBS 1일 오전 1시10분 방송.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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