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내 친구, 파브르를 꿈꿔요."
김형민(43·대구 북구 동변동)씨는 29일 퇴근을 하자마자 자녀들과 함께 인근 야산으로 향했다. 산행 목적은 곤충 포획(?). 목표는 사슴벌레다. 우선 나무 사이에 망을 걸치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손전등을 비췄다. 한참만에 사슴벌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김씨는 "한달 전부터 아이들이 곤충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대형소매점에서 사주는 것보다 곤충들의 생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직접 잡으러 나섰다"고 했다.
징그러운 벌레로 여겨지던 곤충이 애완용으로 떠올랐다. 개, 고양이 등 다른 애완동물보다 가격이 싼데다 키우기도 쉬워 가정마다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것.
요즘 박영서(8)양에게 애사슴벌레는 가장 친한 친구다. 친구에게 한마리 얻어 얼마 전부터 키우게 됐지만, 곤충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뿔처럼 생긴 거 있죠. 근데 사실은 턱이에요. 밥을 먹을 때 움직여요."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주로 기르는 애완곤충은 넓적사슴벌레, 강사슴벌레, 애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거미 등. 시내 대형소매점이나 곤충숍, 인터넷 곤충구매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1만원 내외이지만 거미의 경우에는 한마리에 수십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2학기 개학 이후 초등학생들 사이에 애완곤충 자랑이 유행하면서 판매도 늘고 있다. 한 곤충숍 관계자는 "마니아들이 간혹 찾던 곤충이 최근에는 초교생, 여대생들에게로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며 "냄새나 소음이 없는데다 병원비 등 추가로 드는 비용도 거의 없어 관찰학습용이나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왕사슴벌레를 기르고 있는 김민서(8)군은 벌써 3년째 곤충 키우기에 빠져 있다. "원래는 참나무 진을 먹는데, 구하기 힘들어 젤리를 먹이고 있어요. 썩은 참나무를 넣어주면 알을 낳고 애벌레도 자라요."
1년이면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하지만 유행을 좇아 곤충을 사 달라고 해놓고 돌보는 데는 소홀해 부모들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주부 김모(43)씨는 "아들이 옆집 친구의 곤충과 싸움을 붙인 뒤에는 어김없이 더 힘센 곤충을 사달라고 조른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기는커녕 곤충을 장난감처럼 여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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