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산 천년학, 천애절벽 천생산성, 유구한 낙동강 동락변에 큰 고을 터전 이루니, 신라 신문황때 사동화현, 경덕왕때 수동에서 인동현, 고을사람 모두 한마음으로 어질었네/홍의장군 곽재우 천생산성 개축하여 선조 38년 인동도호부 영남방어 보루였고, 고종 32년 인동군 9개면 관장하고 1914년 칠곡군 인동면에서 1978년 2월 15일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 구미와 합하여 오늘에 이르렀네…'
최근 구미시와 인동농협이 제작, 설치한 '인동유래비'의 일부분이다.
구렁이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꿩을 구해준 선비가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자 꿩이 머리를 부딪쳐 타종, 죽음으로 은혜를 갚았다는 원주 치악산 상원사의 '보은의 종 유래비', 의로운 선비와 생명의 은인을 사모한 여인의 사랑이 얽힌 대구 평리동 당산목 회화나무의 보호수 유래비 등은 민간설화와 관련돼 있다. 혁거세가 築城(축성)하고 홍의장군이 修築(수축)했으며 하늘이 낳았다는 뜻에서 불려진 구미 '天生山(천생산) 유래비', 조상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농사를 지으며 부른 구미시 지산동의 '발갱이들노래 유래비' 등은 조상들의 역사적 흔적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지명 유래비는 전국 도처에 많이 남아 있다. 고려말엽 왜구 침입때 수만마리의 두꺼비들이 나루터에 무리지어 울부짖는 바람에 왜구들이 놀라 달아나게 했다는 '섬진강 유래비', 대구 성서 이곡동의 '배실마을 유래비' 등 지명유래비는 동네 이름 등과 관련한 내력을 후손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세워졌다.
조선 인조때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조륵선생은 구두쇠라는 말을 들으면서 만석군의 재산을 모아 영호남 지역에 심한 가뭄으로 많은 饑饉民(기근민)들이 발생하자 재산을 풀어 도왔다. 이에 주민들이 선생의 뜻을 기리는 慈仁考碑(자인고비) 송덕비를 세웠다. 조륵의 고향인 음성군에서는 1998년 '자린고비유래비'를 세우고 매년 저축의 날에 근검절약, 검소한 삶을 사는 군민을 뽑아 '자린고비상'을 준다고 한다.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는 溫故知新(온고지신)을 실천한 것이다.
이같이 다양한 형태의 '由來碑(유래비)'는 선조들의 아름다운 전통과 발자취를 되돌아 봄으로써 후손들이 애향심과 자긍심을 갖도록 한다.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인 유래비. 그 의미가 남다르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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