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예능 프로그램 PD들의 비리 행태들이 TV 드라마와 착각할 정도다. KBS, MBC, SBS 등 공영, 민영 가릴 것 없이 지상파 3개 사의 간판급 PD들이 대거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유명 연예인조차도 방송 출연을 위해서는 뒷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MBC의 고재형 CP(책임 프로듀서)를 구속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전 KBS 예능 PD 이용우 씨를 구속했다.
구속된 이들 외에도 10여 명의 PD들이 검찰 소환을 통보받았거나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방송 중단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대가로 PD에게 1천만~4천만 원의 금품을 건넸다. 신인뿐 아니라 '비'와 'god' '이효리' '옥주현' 등 스타급들도 들어 있다. 금품과 로비가 판치는 예능 프로는 결국 성실하고 실력 있는 예능인들의 진출을 막고 시청자인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PD들의 비리는 현금이나 수표를 직접 받는 외에도 주식 내부자 거래 등 다양했다. 시세보다 싸게 주식을 사서 2억여 원의 차익을 본 PD도 있고 도박 자금을 지원받거나 호텔 등지를 돌며 도박을 통해 금품을 수수한 PD도 있다.
검찰은 또 방송 작가들이 일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선정과 배경음악 선곡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 따라 KBS, MBC, SBS 등을 오가며 예능 오락분야에 관여했던 유명 방송 작가 임모'오모 씨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방송사 PD들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수사 중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 'PD들에 대한 옥죄기'라 반발했던 PD들도 '비리 PD와 연예기획사를 일벌백계하라'고 성명을 냈다. PD들은 이번 기회에 방송 출연과 금품수수라는 방송가의 유착 고리를 끊고 영상문화 발전의 주역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도 문화산업의 한 축인 방송 PD들의 문화 콘텐츠 창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면서도 신속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 수사에 대해 방송장악 음모의 연장선이라 비난하는 일각의 의혹을 씻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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