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심! 야생벌…벌초객 숨지는 등 피해 잇따라

추석을 앞두고 벌초객들이 야생 벌에 공격당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마른 장마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예년에 비해 벌들이 더 극성을 부려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잇따르는 사고=31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의 한 야산에서 손모(43·달성군 논공읍)씨가 형과 함께 벌초작업을 하다 예초기로 벌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벌에 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손씨의 형은 "벌집을 건드리자 벌떼들이 순식간에 나와 동생을 공격했다. 벌떼를 피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각각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으나 10여분쯤 뒤에 돌아와 보니 동생이 산소 옆에 쓰러져 있었다"며 "휴대전화가 없어 2㎞ 정도 떨어진 마을로 달려가 신고를 하고 돌아와 보니 동생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손씨가 야생 말벌에 쏘인 뒤 쇼크를 일으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경북 칠곡군의 한 야산에서도 잡초를 베던 김모(36)씨가 말벌에 쏘여 기절하는 사고가 났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19 등 소방당국에도 벌초 비상이 걸렸다. 경북소방본부에는 8월 한달 동안 모두 803건의 벌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이 중 156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특히 벌초철인 지난 30, 31일 이틀 동안 71건의 신고가 있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벌에 쏘이는 사고는 산속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구조 후 병원 이송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떻게 하나?=전문가들은 이 같은 야생벌의 극성이 가뭄에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남고 조민호 생물교사는 "올해는 예년보다 비가 오는 날이 드물고 고온의 날씨가 이어져 벌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육식곤충인 말벌은 사람에게 위해를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물리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경북의 한 벌초대행업체 관계자는 "예초기로 땅을 파헤치는 등 벌을 자극하는 행동에 주의하고, 벌초 전에 모기살충제를 수풀에 뿌리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려양봉원 고상훈 대표는 "실수로 말벌을 건드렸을 때는 달아나지 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며 "만약 물렸을 경우 산에서 업고 내려오기보다는 먼저 그늘에 눕히고 쏘인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고 안정을 취하게 하는 등 응급조치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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