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과 상품명 처방?"
'성분명 처방'이란 것을 두고 시끄러웠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국립의료원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성분명 처방제'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 의약계가 저마다 '국민건강 위협' '건강보험재정 절감' '환자의 선택권' 등을 내세우며 기 싸움을 벌인 것. 도대체 성분명 처방은 뭐고, 상품명 처방은 뭘까. 한마디로 상품명 처방은 지금처럼 의사가 특정 제약회사의 약 이름으로 처방전을 내는 것이다. 반면 성분명 처방은 약 이름 대신 성분만 같으면 어느 제약회사 약이든 조제할 수 있도록 성분 이름으로 내는 처방이다. 오리지널 약이든 카피 약이든 성분만 같으면 어떤 약이라도 약사나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타이레놀의 성분명은 아세트아미노펜으로, 타이레놀이란 이름을 딴 약이 열 가지가 넘고,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 약도 수백가지에 이른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의료계의 입장은 이렇다. 오리지널 약을 복제한 약은 약효가 오리지널 약만큼 못하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약에 미치지 못하거나 과해도 농도 허용 범위 내에서 평균치만 맞으면 카피 약으로 허용되는데, 환자들이 약효가 떨어지는 약을 먹거나 과도한 투약으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것. 또 오리지널 약과 카피 약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다 약국에서 마진이 큰 제약회사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환자나 국가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약사단체와 약학계는 환자와 의료 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성분명 처방제를 시행하는 게 옳다는 입장. 국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약품 허가 단계부터 제조공정, 사후관리, 재평가까지 의약품 품질을 보증하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도 거치기 때문에 약효 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의사의 상품명 처방 및 잦은 처방 변경으로 인한 약국의 의약품 재고 문제도 심각해 성분명 처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정부도 '약제비 절감' 등의 이유로 성분명 처방에 관심을 뒀다. 의약분업 이후 비싼 약 처방 비율이 커지면서 건강보험 약값 부담액이 크게 늘어 비싼 약 사용 억제와 양질의 저가 약 사용 증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보험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 또 어느 약국에 가든 상품에 상관없이 성분만 같으면 조제받을 수 있도록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조제 단계에서 환자의 선택권도 존중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약값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리베이트' 때문인 만큼 처방제도를 바꿔도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약품 선택권이 의사에서 약사에게 옮겨갈 뿐이란 것. 결론은 양심이다. 의사나 약사나 제약회사 각각의 이권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선택을 한다면 성분명이 됐든 상품명이 됐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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