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최신과 최선의 치료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다면 나에겐 '올림픽 병'이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났음에도 진료 틈틈이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보는 것을 보니 8월의 더위만큼이나 뜨거웠던 지난 올림픽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올림픽만큼 진료실에서의 생활도 극적이고 한편의 드라마처럼 진행됐으면 좋겠지만 개원하고 있는 진료실의 생활은 대부분 무미건조하고 단순하다. 그래서 새로운 치료법이나 재료가 개발됐다고 하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다. 진료를 할 때 필요성을 느꼈던 것을 누가 개발해 상품으로 만들면 반드시 구입, 사용해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중에는 계속 잘 사용하고 효과도 좋은 것도 있지만 몇 번 사용하고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도 많다.

치과 치료에서 환자들은 보통 두려움을 느끼는데 대부분의 감각들이 치료하는 곳과 가깝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치아는 눈과 코, 귀와 혀와 거리상으로 가깝게 있다. 그래서 이러한 여러 감각을 잘 조절해야 환자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치료를 잘할 수 있다. 특히 치아 치료를 하기 위해 국소마취를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환자들은 "선생님, 주사 안 놓고 할 수 없어요?" "안 아프게 마취해 주세요" 등 주문을 많이 한다. 그래서 주사침 없이 마취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주사침 없이 강한 압력을 이용하여 마취할 수 있는 기구가 개발돼 구입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약간 의심스러웠지만 판매상이 내가 잘 알고 있는 모 선생님도 사용하고 어느 병원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 구입했다. 막상 환자에게 사용하려니 걱정이 돼 마침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에 온 아내에게 시술해 보았다. 아내에게 주사침 없이 압력을 이용해 마취하는 것이라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다. 치료를 끝내고 집에 오니 아내가 밥줄 생각도 안 하고 '돌팔이 왔나' 한다. 아내의 설명인 즉 '마취는 잘됐지만 강한 압력 때문에 마취한 부위가 아직도 우리하게 아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환자들에게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괜히 민망해 '내가 직접 맞아보겠다'며 화를 냈다. 다음날 퇴근 무렵 직접 마취를 해보았다. 그리고 밤새도록 판매상에게 어떻게 반품할지 고민했다. 치과 치료는 시술능력만큼이나 재료나 기구의 선택도 중요하다. 요즘 다양한 재료와 시술 방법이 많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최신의 치료 방법도 좋지만 그 치료 방법이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지 잘 생각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의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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