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0조 바다밑 황금 '메탄 하이드레이트' 잠잔다

[우리땅 독도] (중)생태·자원의 보고

일본이 그토록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지만, 해양자원을 노린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그만큼 독도의 바닷속은 보물창고다. 독도는 입도도 제한돼 있고 거주자에게 낚시조차 불허할 정도로 엄격한 섬이다. 덕분에 바닷속은 오염되지 않은 태고의 자연이 지켜지고 있는 곳이다.

독도의 가치는 단순히 자연경관이나 생물자원에 머물지 않는다. 독도의 바닷속에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들이 잠들어 있다. 이미 알려진 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스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국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독도의 바닷속은 산업적 가치가 높은 미생물들의 천국이며, 인산염 광물자원과 해양심층수도 독도의 가치를 드높이는 보물이다.

◆신규 미생물의 천국

최근 스웨덴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독도'라는 명칭이 자주 등장한다. 독도에서 발견된 세균인 '독도니아 동해니스(Dokdonia donghaenis)' 때문이다. 독도니아는 한국 과학자들이 신종 세균에 붙인 한글 이름이다. 이 세균을 지칭할 때는 외국 과학자들도 이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이 세균을 발견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태광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4년 독도 미생물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해 처음 독도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는 독도 입도가 제한돼 있어서 2시간만 허가를 받아 연구를 하느라 체계적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떠온 바닷물과 흙 속에 34종의 신규 미생물들이 있더군요."

오 박사팀은 새로 발견한 세균에 독도니아를 비롯해 '동해아나 독도넨시스'(Donghaeana dokdonensis·동해 독도·사진)와 '독도니아 동해니스(Dokdonia donghaenis)' 등의 이름을 붙여 국제 학계에 보고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우주로 가져가 유명해진 '동해 독도'는 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돼 최근엔 이 세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하기도 했다.

오 박사는 "미생물은 발효공정과 정밀화학 등의 산업소재로 폭넓게 쓰이고 특히 의약품용 단백질, 생리활성물질, 효소 등을 생산하는 미생물은 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그동안 독도의 바다는 잘 보존돼 있어서 산업적 가치가 높은 미생물이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균은 자연계에 수백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8천여종뿐이다. 전문가들은 독도 인근 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함께 만나는 곳이어서 미생물의 천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 면에서 독도의 바닷속이 중요한 이유다.

오 박사는 "지금까지 미생물은 의약품과 항생제 등 산업적 가치에 관한 연구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 등 미래 대체에너지 문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도의 미생물만 잘 활용한다면 미래의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미생물 분야에 기술력이 높은 일본이 바로 이것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독도 미생물 분야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경북대 김사열 교수(미생물학과)는 "독도에는 1천여종 이상의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가운데 230여종가량을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신규 미생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방대한 미래자원의 보고

독도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섬이다.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겉모습을 무색하게 하는 또 다른 웅장함과 풍요로움이 있다. 방대한 미래자원의 보고이다. 그 중심에는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사진)가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도 독도 주변에 풍부하게 매장된 메탄 하이드레이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포 지역 연구결과를 보면 독도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보고서에는 대륙붕의 경우 지진대를 따라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 과학원이 밝힌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 오호츠크해와 일본 열도 근해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다는 점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결국 환태평양 지진대와 화산대를 따라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포층이 형성돼 있는데, 독도 주변 해저가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포층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가스공사의 기술진이 주축이 된 가스하이드레이트사업단이 울릉분지 지점의 깊은 해저층에서 깊이 130m에 달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구조를 발견했다.

이는 세계에서 5번째로 확인된 구조일 뿐 아니라, 일본·인도·중국 등 우리보다 앞서 시추했던 국가의 구조보다 훨씬 큰 규모여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업단은 당초 예상했던 6억t 이상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독도 인근 해저에 분포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영남대 조계현 교수(신소재공학부)는 "세계에는 약 10조t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해저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독도 해저에 묻혀있을 것으로 보이는 6억t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국내 천연가스 30년 사용 분량으로 15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인산염 광물자원도 주목할 독도의 자원이다. 인산비료의 제조나 합성세제, 도금표면 처리제, 가축사료 제조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인산염 광물이 독도 인근의 해저에 부존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에 의해 독도 북쪽의 한국대지와 해저산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인산염암이 부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경북대 장윤득 교수(지질학과)는 "국내에는 인광석이 산출되지 않아 전량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독도 해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산염암에 대한 정밀연구가 이뤄진다면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수심 200m 아래의 깊은 바다에 존재하며 해류를 따라 자연적으로 순환·재생되고 있는 천연의 수자원인 해양심층수도 개발해야 할 독도의 대표적인 바닷속 자원이라고 꼽았다.

◆생태학적 가치

괭이갈매기의 고향 독도는 동식물의 낙원이다. 그동안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 덕분에 비교적 해양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 따라서 생태학적 연구에 있어 무척 중요한 섬이다. 최근 연구결과 독도에는 107종의 조류와 60여종의 식물, 93종의 곤충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박재홍 교수(생물학과)는 "'wood wabler'라는 조류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관찰됐으며 매 등 멸종위기종 8종과 번식지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괭이갈매기와 슴새, 바다제비의 천국이다"며 "강한 해풍과 암석류의 척박한 토질 때문에 식물이 자라기 힘든 독도에 사철나무가 발견됐으며, 멸종위기 기생식물인 '초종용'이 퍼져있는 등 연구할 대상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 메탄 하이드레이트=화석연료를 대체할 21세기의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 천연가스가 영구동토나 심해저의 저온·고압상태에서 물과 결합해 형성된 고체 에너지원으로 외관이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며 불을 붙이면 타는 성질이 있어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린다. 연소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화석연료의 24%에 불과하며 저온 고압하에서 생성된 메탄 하이드레이트 1ℓ에는 약 200ℓ의 천연가스가 함유돼 있다.

추정 매장량은 전 세계에 약 10조t(5천년 사용 분량)으로 석유·천연가스·컨덴세이트에 포함된 메탄 매장량의 약 25배에 달하며 국내에는 약 6억t 이상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낭카이 분지, 미국·인도 연안 심해지역, 우리나라 동해 심해지역(수심 1천m 이상)에서 부존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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