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4세, 7세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주영희(35)씨는 31일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갑작스레 오른 우유값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늘 사던 180ml 우유 2팩과 유산균 요구르트 2개를 사고 400원을 더 내야 했다. 500원 하던 우유는 600원으로, 유산균 요구르트는 1천100원에서 1천200원으로 올라있었다. 주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우유와 요구르트값 지출이 많은데 앞으로는 한 달에 1만원 이상 더 들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 속에서 근근이 버텨온 서민들에게 또다시 '물가 폭탄'이 터지고 있다. 지난주 우유값이 18% 가깝게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유제품들이 줄줄이 '가격인상'을 예고해 놓은 상황인데다, 정부가 추석 이후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국요구르트는 지난달 29일 제품가격을 평균 18.4%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우유가 지난달 23일 "사료값 부담이 상승하면서 원유 공급가를 20.5% 인상해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한다"며 100~330원까지 유제품 가격을 올린 데 연이은 조치다. 업계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도 조만간 가격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치즈·분유·아이스크림 등 원유가 들어가는 제품들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 상승 소식에 서민들은 또 한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우유값은 정부가 "책임지고 단속하겠다"던 대표적인 MB(이명박 대통령)물가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복지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홀몸노인을 위한 '요구르트 배달사업' 등에 소요되는 비용 증가로 예산을 늘려잡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봉덕3동 일대 40명의 홀몸노인에게 매달 17만원을 들여 요구르트를 배달하고 있었으나 조만간 가격이 인상되면 비용 부담이 20만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가격 조정폭을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민 가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계속 미뤄온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본격 추진할 계획인데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수요 증가로 가계지출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회사원 권모(39)씨는 "올 들어 매달 20만원 이상의 적자가 나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는 상황인데 겨울이 다가오면 난방비로 50만원 이상이 더 나가야 한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고물가의 터널을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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