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불교계가 참으십시오

남의 종교 폄하는 잘못된 처신/사랑.자비로 용서 사회화합을

어제도 불교계의 반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가 열렸습니다. 생전에 利他(이타)의 정신을 가르치셨던 성철 큰스님이 규탄법회와 정부 공용지도에 절이란 절은 흔적 없이 지워버린 사람들의 행적을 보셨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요. 아마도 '절은 절이요 교회는 교회로다'는 심오한 은유로 마음과 등을 돌린 채 다투는 우리의 모습을 에둘러 나무라셨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성철 스님은 기독교(스님은 예수교라고 표현하셨음)와 불교를 두고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볼 때 예수교에서 보면 불교가 아무것도 아니고 불교에서 볼 때는 예수교가 별것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예수교와 불교가 싸움을 한다고 가정하면, 예수교가 불교를 공격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두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요, 절벽을 향해 총알을 쏘는 것과 같다'고 했듯이 진리로 보면 그러하나 실천 면에서는 거꾸로 돼 있습니다. 예수교 사람들은 봉사활동을 참 많이 합니다. 남의 종교이지만 잘하는 것은 본받아야 합니다."

큰스님의 직설적이고 진솔한 말씀 속에서 바로 기독교든 불교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좋은 면을 살피고 본받아 절은 절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저마다 신앙세계와 영적인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엿보게 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나라 안팎이 어렵고 어지러울 때일수록 사랑과 자비로 서로 화합하게 하는 종교의 힘과 역할이 절실할 때에 거꾸로 국론과 사회를 아울러야 할 종교계에서 등돌리고 마음 갈라지는 분란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천500만 국민 중 불교신자는 1천72만 명, 개신교 신자는 861만 명입니다. 나머지 2천500만 명 가까운 국민들은 가톨릭 신자거나 유교'천도교 신자와 無敎(무교)입니다. 그런 절대다수 국민들과 깨어있는 다수 개신교 신도들은 장로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는 공직자나 일부 극성 신자들이 지도책에서 절을 지우고 선교 포스터에 얼굴을 내고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거나 '스님은 제일 회개시키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등 타 종교 비하 발언으로 나라 안에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탐탁잖게 여깁니다.

불교계는 그런 종교 편향 인사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벌을 주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불교 홀대와 폄하 시비를 두고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라면 벌을 주셨을까요. 주셨다면 어떤 벌을 내리실까요. 우스개 한 토막에서 그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어느 골프를 좋아하는 신부님이 주일날 골프 치고 싶은 걸 참지 못하고 미사 집전을 젊은 보좌신부님에게 맡기고는 골프를 치러 갔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천사가 하느님께 말했습니다. '주일 미사도 안 챙기고 신자들 몰래 골프 하러 온 신부에게 벌을 주셔야 합니다.' 하느님이 '그건 잘못된 행동이니 벌을 주지' 하시자 그 순간 신부님이 친 공이 홀인원이 됐습니다. 천사가 항의했습니다. '아니 하느님, 벌을 주시라고 했는데 거꾸로 홀인원을 시켜줍니까.' 하느님이 대답하십니다. '홀인원을 해놓고도 신자들에게 자랑을 못 하고 혼자 참고 있어야 하는 그 고통이 바로 내 벌이지.' 이 우스개 속에는 하느님이나 부처님 같은 커다란 존재가 내리는 벌과 인간이 생각하는 벌의 차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 신자도 개신교 신도도 아닌 객관적 입장에서 감히 진언 드립니다. 벌을 줘야한다면 부처님'예수님께 맡기시고 이번 일은 이쯤에서 참고 넘어가십시오. 나라 평안하게 하는 것도 호국불교의 참 정신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나머지 국민들이 이미 다 압니다. 지금은 나라의 안정과 계층 간의 화합이 급하고 소중한 때입니다.

수모받은 불교계가 먼저 참고 지켜보면 그 다음 회개는 수모를 준 그들 몫입니다. 왼쪽 뺨을 맞고도 오른쪽 뺨을 내밀면 생각하지 못할 방식의 하늘의 벌이 두려워서라도 계속 또 때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자비와 사랑이 이깁니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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