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쓴다고? 글을 쓰기도 어려운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울 숭문고 허병두 교사는 이는 단순한 선입견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의 모임) 대표로 활동 중인 허 교사는 작문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책쓰기를 실제로 가르치는 유일한 교사다. 그런 그가 지난달 18~22일 대구를 찾아 교사들에게 '책쓰기' 교육을 했다. '아침 독서 10분 운동'과 '삶쓰기 100자 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책쓰기 운동을 각 학교에 전파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과연 책쓰기가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을까. 허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쓰기가 오히려 글쓰기보다 수월하죠. 글을 많이 써야 하는 부담도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이든 책으로 만들 수 있죠. 주제와 차례만 잘 잡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는 1993년에 '글쓰기 12마당'이란 책을 출간할 만큼 쓰기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 허 교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94년쯤 논술을 수업시간에 도입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논술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떠올렸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던 논술을 어떻게 쉽게 가르칠까'를 고민하던 허 교사는 각자 주제를 정해서 한 권의 책을 펴내는 방식을 떠올렸다.
"책쓰기를 시키면 쓰기를 지도하는 입장에서도 가르치기가 쉬워지고 예전처럼 수동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주제를 선택하니까 학생 스스로 의욕과 주체성이 높아지더라고요. 또 책을 한 권 만들었을 때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주제를 잡으면서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요. 주제 잡는데 제한은 없어요. 하물며 게임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초반엔 어려움도 많았다. 학부모들이 입시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반발한 것. 허 교사는 "책을 한 권 쓴다는 것 자체가 논술과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학부모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한 달 동안은 생각 떠올리기 연습이나 육하원칙에 따른 발상법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그런 뒤 주제를 설정하게 하고 차례를 정하고 주제에 따른 전문가를 만나게 하는 등 자료와 경험 등을 축적하게 한 것. 이런 방식으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신만의 책쓰기 노하우도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허 교사는 "이렇게 책쓰기를 가르치다 보니 처음엔 A4용지 30장이 너무 많은 양이라고 끙끙대는 학생들도 나중엔 A4용지 100장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따로 논술 지도를 안 했는데도 학생들의 논술 실력도 부쩍 늘더라는 것.
그는 가정에서 당장 책쓰기를 하기보단 먼저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읽기가 결국 쓰기의 큰 줄기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유도하고 육하원칙에 따른 질문을 평소에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굳이 책을 만들고 싶다면 초등학생의 경우 그림책 형태로 만들어도 좋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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