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신(新) 맹모삼천지교

대구 수성구를 흔히 대구의 강남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가격이 대구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이 서울 강남 못지않게 뜨겁기 때문이다. 그런 수성구의 몇몇 초교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저학년 학급수와 고학년 학급수가 상당히 차이 난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심한 초교는 1학년은 4학급인데 6학년은 9학급이나 된다. 즉 입학생보다 졸업생이 두 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의아하여 해당 초교 학부모에게 물어보니 고학년으로 갈수록 전학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부모들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문제가 있음에도 이토록 전학을 많이 시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이를 이른바 명문중학교에 보내고픈 부모들이 명문중학교로 진학할 확률이 높은 학군의 초교로 대거 전학을 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중학교는 명문고등학교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를 말하며 명문고등학교는 서울대로 대표되는 명문대학교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를 말한다. 나아가 명문대학교는 사회주도계층이 많이 배출되는 대학교를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수성구의 일부 초등학교에서 나타나는 전학현상은 아이의 사회주도계층 진입 확률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맹모삼천지교인 셈이다. 물론 무한경쟁 시대에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절실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학군을 따라 이사하고, 전학시키는 현상이 교육적으로도 가치있는 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모름지기 교육이란 아이가 보다 인간다운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가르치고 기르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맹모삼천지교는 확률싸움의 틈바구니 속으로 아이를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보다 자유롭게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교육환경은 무엇일까? 나는 도서관이 좋은 교육환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도서관은 샘솟는 호기심을 해결해 줄 방대한 자료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공부나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 자율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비단 도서관뿐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지적, 인격적 성장을 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는 환경이라면 어디든지 괜찮을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이름을 얻고, 기득권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사를 한 것이 아니다. 아들이 스스로 공부하여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자 함이었다. 그런 맹모의 뜻을 지금 기이한 전학현상에 동참하려는 부모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문동섭 대구산업정보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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