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 팀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또다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을 만들어냈다.
평균연령 34세가 넘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투혼은 올림픽 참가를 위한 예선에서부터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 이르기까지 매순간을 그들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 종료 1분을 남기고 전원 '아줌마 부대'로 교체 투입되던 순간은 핸드볼 선수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핏줄을 가진 모든 우리들에게도 인생에 쉽게 경험하기 힘든 진한 감동으로 그야말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선사하였다.
핸드볼 여자 대표 팀만 우생순을 이뤄낸 것이 아니다. 박태환, 장미란 등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물론이고 부상과 가난, 신체적 열세 등 각종 장애를 극복하고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선수들은 나름대로 그들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으며 그 광경을 지켜본 우리 국민 모두에게 생애에 영원히 기억되는 순간들을 선사했다.
그런데 미세재건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처럼 좋은 우생순을 지켜보는 경우보다 '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을 목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필자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 응급환자의 대부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 아니라 생애 최악의 순간에 필자를 찾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멀쩡하게 출근했는데 작업장에서 갑자기 손가락을 잃어버린 40대 가장, 돈 벌어서 잘살아보겠다고 이국만리 타국까지 날아왔는데 프레스 기계에 손과 팔이 짓이겨진 외국인 근로자 등 한 순간에 그들 생애 최악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이 주로 필자를 찾는다.
다치는 곳은 일터뿐만이 아니다. 교통사고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유리가 깨지면서, 심지어는 강한 바람에 닫히는 아파트 현관문이나 간판에, 혹은 취미생활로 만지는 기계가 잘못 작동되어 손이 절단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고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지구 도처에서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씩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건 사고나 자연재해 등은 누구에게도 "나는 예외다"라고 자신할 수 없도록 하게 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교통사고 따위는 물론이고 신혼여행을 간 곳에서 쓰나미를 당하는 것을 누가, 어떻게 피해갈 수 있겠는가?
의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생애 최악의 순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매사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안전을 강조한다고 해도 불가항력적인 사고는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 순간을 감사하며 살자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또는 병실에서 숱한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한 필자로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간절하게 맞이하길 원했던 내일"이라는 말이 결코 미사여구가 아니란 것을 자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욱 강조하고 싶고 필자 스스로에게도 다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이미 지난 과거의 많은 날들 중에 어느 한 순간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한다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많은 날들이 너무 힘들고 비관적일 것이다. 또한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매 순간을 자신의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이 아니라 인생 전체가 최고의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것은 스피노자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우상현 수부외과세부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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