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리니 공무원 승용차 홀·짝제도 흐지부지?'
고유가 파고를 넘기 위해 각 관공서에서 도입한 공무원 출근차량 홀·짝제(2부제)가 일부 얌체 운전자들로 인해 시행 두 달 만에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홀·짝제 시행 후 주차장에 여유공간이 확연히 늘어나면서 정착단계에 접어든 구청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버젓이 부제 위반 차량을 타고 출근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8시40분쯤 대구 달서구청. 구청 앞마당 주차장에는 차량 대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지만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뒷마당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주차장을 빼곡히 채운 승용차 80여대 중 경차를 제외한 부제 위반 차량이 줄잡아 20여대.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가로 주차를 해 놓은 차량들도 곳곳에 있었다. 구청 측에서는 "조회 행사 때문에 동사무소 직원들이 차를 많이 가져온 것 같다"며 황급히 연락을 해 차량을 뺄 것을 지시하는 등 부산을 떠는 모습이었다.
2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 서구청.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직원 차량이 속속 의회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반면 구청 앞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는 상태. 뒷마당에 주차된 차량 60여대 중 15대가량은 이날 출입이 제한되는 홀수 차량들이었다. 구청 한 공무원은 "간밤에 일부 직원이 놔두고 간 차량인 것 같다. 일부 차량은 동네 주민들의 차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청 청사 뒤편이나 건물 벽에 가린 공간에 '얌체 주차'를 하는가 하면 인근 아파트나 주택가 골목 등에 주차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공무원은 "끝번호가 다른 아내 차를 날짜에 맞춰 번갈아 이용하고 있다"며 "외근이 잦은 부서이다 보니 차가 없으면 업무를 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민원인들은 "관공서 홀·짝제 시행 초기만 해도 주차장이 텅텅 비다시피 했는데, 갈수록 주차장이 붐비는 것 같다. 민원인들이 느는 건지, 공무원 차가 느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푸념했다.
이런 가운데 기왕에 시작한 차량 홀·짝제를 제대로 정착시켜 민원인들의 편의를 돕고 고유가 시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성구청 경우 고질적인 주차난으로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지만, 최근 홀·짝제 시행 이후 주차 공간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오전 7시40분부터 정문에서 직원 차량 여부를 일일이 대조해 몰래 주차한 직원 차량은 구청 밖으로 빼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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