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마오쩌둥 1만㎞ 대장정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는 그를 호송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자동차에 실려 자금성을 떠났다. 그는 살아남았으나, 그 후 다시는 황제의 신분으로 궁에 돌아오지 못했다. 제국이 멸망한 후, 인민의 권력으로 살아난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은 황궁에 대해 어떠한 감상을 가졌을까. 마오쩌둥은 살아있는 동안 단 한 번도 고궁을 관람하지 않았다. 그는 딱 세 번 고궁을 찾았으나 그때마다 성루 위에 올라 고궁을 내려다보았을 뿐, 그 경내에 발을 디디려고는 하지 않았다. 제국과 낡은 역사에 대한 경계였을까. 아니면 그 자신에 대한 경계였을까."

『제국의 뒷길을 걷다』김인숙 지음/문학동네 펴냄/278쪽/1만2천원

"미국은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 갔다. 그래서 다소 덜컹거리지만 아직 잘 가고 있다. 러시아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해 가다가 고랑에 처박았다. 이것을 보고 놀란 중국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 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다.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그것은 결국 자본주의다."

『레드로드』손호철 글 사진/이매진 펴냄/1만7천원

정말 오랜만에 두 책을 단숨에 읽었다. 제국의 뒷길이든, 중국의 현대사를 만든 대장정(레드 로드)이든, 길은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다. 김인숙은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여행자의 예감'으로 베이징(北京)을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평생 외로운 사내로 살아야했던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와 그의 아름답지만 슬픈 아내인 황후 완룽(婉容)이 걸었던 길(역사)이 있다. 작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길이란 때로는 얼마나 아픈 것인지 가슴 저려 온다. 손호철 교수가 쓴 『레드 로드』는 1934년 10월 16일 노동자와 농민 8만5천명과 들것에 실린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남부 장시성의 작은 도시인 위두(于都)와 루이진(瑞金)을 떠나 중국의 혁명을 이룩한 무려 1만㎞의 대장정 답사기이다. 진보적 사회학자인 작가가 오늘의 중국을 만든 대장정이라는 역사에 가지는 관심은 당연한 것이지만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비판적 시각으로 장정의 답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한 새로운 길이다. 대장정이 분명 중국의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고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지만 결국 그 또한 권력투쟁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의 한 축이었다는 사실은 "이 세상에 참과 거짓은 존재하지 않으며 진리란 결국 자신의 주장이 진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력 관계를 의미한다"는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말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8월, 두 책을 읽으면서 역시 승리한 자만이 월계관을 쓸 수밖에 없는 황금의 잔치 베이징 올림픽을, 푸이와 마오쩌둥은 아니 중국의 역사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전태흥 여행작가 (주)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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