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63주년 건국60주년 기념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60년의 비전이었다. '녹색성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자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풀이했다. '녹색기술'은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문화산업기술을 아우르면서도 이를 뛰어 넘고, '일자리 없는 성장'의 문제도 치유한다고 禮讚(예찬)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의 축'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포기한 7·4·7 공약을 장밋빛 녹색성장으로 치장했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결국 원전을 많이 짓겠다는 宣言(선언)이라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의 후속 움직임을 보면 이 대통령의 선언이 그냥 나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27일 2030년까지 에너지효율을 46%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6배로 확대하는 내용의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은 현재 대비 44배, 풍력은 37배, 바이오는 19배, 지열은 51배로 확대하겠다는 실행 계획을 내놨다.
환경부도 같은 날 2012년까지 3조2천40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폐기물 고형연료화(RDF) 시설 20개소와 바이오가스화·발전시설 23개소 등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57개소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기업과 일부 지자체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전라남도와 '축산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 건립에 대한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마산시는 (주)에코에너지홀딩스와 '마산시 생활폐기물매립장 매립가스 자원화 및 청정개발 체제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 포스코 코오롱 대성 SK 삼천리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녹색산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사실 '녹색성장'이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지난 2005년 개최된 유엔 아·태 환경과 개발장관 회의에서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란 개념으로 처음 언급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 개념은 그보다 훨씬 앞선 지난 1992년 리우회의에서 도입됐다. 기후변화 협약, 생물다양성 보존 협약, 삼림 원칙 등이 그때 채택됐다.
그런데 왜 인제 와서 대한민국에 '녹색성장'이 주목받고 있을까. 그것은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에너지 주권'을 외쳤다.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고 삼림협약·에너지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대통령의 코드를 읽은 각 부처는 당연히 그 분야에 몰두한다. 노무현 정권 때 '혁신' 코드에 맞췄듯이 지금은 '녹색' 코드에 맞추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너도 나도 '녹색 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구·경북을 생각해본다. 따지고 보면 대구·경북은 녹색산업의 先導(선도) 지역이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대구는 솔라시티다. 우리나라 1호인 무안태양광발전소를 만든 기업은 한라정공(대표 김범헌)이다. 태양광 전지를 만드는 미리넷솔라(대표 이상철)도 대구에 있다. 범세계적인 논란이 없지 않지만 유용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전이 울진과 경주에 가득하다. 영덕엔 풍력 발전소가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기후변화에너지대책TF 팀장을 경북대 허증수 교수가, 총괄 간사는 박녹 영남대 교수가 맡았다.
문제는 행정이다. 대구시는 신재생에너지 전담 공무원이 1명도 없다. 경북도는 대통령 공약 사항인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해 올 1월 에너지산업팀을 만들고, 신재생담당계를 신설했다. 하지만 이 팀은 올 10월 월드그린에너지포럼 개최를 준비하고 있을 뿐 당장 내년에 시작할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전무하다고 한다.
'솔라' 주도권을 광주에 뺏겼듯이 국토 곳곳이 태양과 바람, 꽃과 바다 에너지가 만개하는 신천지가 될 때 대구·경북이 소외 지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의 깊은 공부와 관심을 기대한다.
최재왕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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