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화 옷 입은 재래시장 情이 넘친다

"어머, 말끔해졌어요. 시장 입구부터 번쩍번쩍 조명이 비쳐요. 지붕도 아케이드로 덮였네요."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 입구에서 만난 주부 이재숙(46·대구 달서구 이곡동)씨. 그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깔끔해진 환경을 보고 한 정류장이나 거슬러 와서 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성서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오가면서 이 시장을 늘 봐왔죠. 몇년 전엔 장을 몇번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비 오면 우산 쓰고 장바구니 들고, 너무 불편했어요. 이제 비 맞을 걱정이 사라졌고 뜨거운 한낮 볕도 가려주니 추석 때는 가격 싼 이곳에 오고 싶네요."

올 추석, 그 어느 때보다 재래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처럼 "한번만 와주세요, 제발"이라는 읍소가 아니다. 상당수 시장이 당당하게 "어서 오세요"를 외치고 있다.

우선 달라진 장보기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내 재래시장 110곳 중 40여곳이 2002년 이후 6년 동안 시장환경개선사업을 했다. 아케이드를 덮은 곳도 20곳이나 된다.

공영주차장을 새로 갖춘 곳이 9곳, 화장실을 말끔히 새 단장한 시장이 24곳이다.

대구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는 아케이드 공사 등 '꽃단장'을 한 뒤 손님이 평균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상가연합회는 집계하고 있다. 특히 비 오는 날엔 아케이드 덕분에 전보다 15% 이상 손님이 늘어났다.

최태경 상인연합회장은 "곧 고객지원센터도 만드는데 수유실과 어린이놀이방, 스낵코너, 짐 맡기는 곳 등이 들어서면 시장이 완전히 달라보일 것"이라며 "고물가로 어느 때보다 저렴한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문시장을 비롯해 품질 좋고 값싼 물건이 가득한 재래시장이 올 추석엔 정말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저렴한 가격에 더 좋아진 품질은 업그레이드된 강점이다.

실제로 물건값 비싸기로 이름난 서울시내에서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슈퍼마켓, 재래시장 등 100곳에서 32개 추석 성수품에 대한 평균적인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역시 재래시장이 가장 저렴했다. 대구시내도 마찬가지라는 게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 김유오 실장은 "전국의 시장이 대대적 혁신에 나섰다"며 "시장이 살아나야 우리 경제의 근간을 받치는 서민 경제가 힘을 회복한다"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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