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석]30년전 한가위 풍경

차례 음식 안주 삼아 정情을 나눴죠

14일은 한가위. 중추의 중요한 수확을 기리고 오곡백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한 해를 성찰하는 조상 전래의 대명절이다. 차례 후에는 흩어졌던 가족'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모여 정담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추석명절의 풍속도도 시대의 흐름과 일상의 바쁨에 묻혀 퇴색돼 가는 것 또한 아쉬운 일이다.

귀성 역시 맞벌이와 손자 녀석의 학원 일정에 밀려 시골의 부모님들이 오히려 대도시를 찾아가는 역귀성이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한해 2천여만명 이상이 움직이는 민족 대이동의 연휴기간이 젊은 사람들에겐 해외여행의 기회로 자리 잡은 지도 이미 오래다.

한 세대 전 한가위 연휴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30년 전 매일신문 지면을 통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

1978년 추석도 올해처럼 일요일(9월 17일)이었다. 명절 이틀 전인 15일자 5면엔 '허식 없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우리네 명절 추석상차리기'가 머릿기사로 올라 있다. 당시 고삐 풀린 물가고가 기사의 요지였고 이에 따라 격식보다는 뜻과 정성으로 낭비를 없애자는 계도성 기사가 전문을 장식했다. 5인기준 차례 상차림 비용이 1만2천원 정도 든다는 내용과 상할 음식을 줄이고 차례 후 밑반찬 겸용의 음식 장만법도 소개했다.

특히 알뜰 주부들의 추석맞이 노하우는 눈길을 끌었다. '우리집 추석맞이'코너엔 아이들 때때옷을 새로 사는 대신 평상복을 곱게 빨아 다시 입히고 남은 돈을 저금통에 넣기로 아이들과 약속한 주부 이야기와 주머니 사정상 음식의 양과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여느 때 보다 조상에 대한 정성을 더 들여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는 주부의 결의가 실렸다.

추석 당일 17일자 1면 머리기사는 해마다 나오는 '민족 대이동 ㅇㅇㅇ만명'이 아니라 '새벽잠 깬 소동…전국 지진 두 번'이라는 기사였다. 진앙지는 무주였으며 '놀란 아파트 주민들의 문의전화 빗발'이라는 소개와 더불어 의성군선 가옥 1동이 전파됐다는 내용이다.

이어 5면을 펼치자 협동단결을 위한 경북의 부락축제와 지금은 다소 쇠퇴한 한가위 민속놀이와 풍년 감사제 등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음을 전했다. 한편 이날 2면 사설은 '추석의 현대적 의미'란 제목으로 남의 가난을 나와 함께 아파하자는 내용이다. 한창 경제개발의 속도전 속에서도 한가위를 맞아 소외된 계층을 돌보자는 전래의 미풍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 지금이라면 고향을 찾지 못하는 노숙자와 홀로 어르신, 소년소녀가장 등을 한 번 쯤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사회면은 '한가위 오곡백과 차례에 대풍년 기쁨 올려'가 머리기사였으며 당시 동대구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을 빠져 나오는 귀성 인파 사진을 실었다. 대구에만 20여만명의 귀성객이 찾았다는 내용과 전날까지 시장과 백화점은 대목장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는 내용도 보인다. 그 하단엔 체임을 항의하는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기사가 실려 명절의 밝음과 어두움을 두루 반영했다.

한편 극장가 광고를 보면 30년 전 추석연휴기간 대구시내 극장가엔 이두용 감독의 '오빠가 있다'는 방화를 주축으로 외화로는 클린턴 이스트우두 주연의 '원웨이 티켓', 존 트라볼타 주연의 '토요일 밤의 열기'와 더불어 무협영화로 '소림관문돌파'가 상영됐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