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offee의 비밀]아랍인과 커피

커피가 처음 아랍에 등장한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고고학자들이 1997년에 두바이 근처에서 1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원두를 발견함에 따라 에티오피아에서 아랍으로 커피가 전해진 시기(12세기)로 보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음료를 마시는 풍습이 시작된 곳은 예멘의 '모카'지역이다. 13세기쯤 알마카(지금의 모카)의 이슬람교 수장인 알리 샤들리 이븐이 볶은 커피씨앗에 물을 붓고 끓이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샤들리는 커피씨앗을 살짝 볶은 후 끓여 마셨는데, 지금도 예멘인들은 이렇게 만든 커피를 '키쉬르'라고 부르며 마시고 있다. 예멘에서 커피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예멘에서 커피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커피문화가 급속히 확산돼 15세기 말쯤에는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에 전해져 집과 공공장소에서 흔하게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메카가 이슬람교도의 성지순례지가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커피를 알게 되고 빠르게 유행, 커피가 아랍의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심지어는 아랍의 여러 곳에서는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만큼 커피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혼인서약에 포함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다.

예멘인들의 '키쉬르'를 아랍인들은'카흐와'라 부르며 즐기면서 오스만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에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오픈했고, 몇년 사이 수백개가 추가로 문을 열게 됐다. 커피하우스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와 예술을 논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곳으로 정착하면서 정치적으로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결과 커피의 역사에는 금지와 억압의 사례가 많았다. 메카에서 카이르베그라는 정치인은 자신의 통치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을 우려, 커피음용 금지령을 내렸다. 커피 자체가 신성시 되고 있으며,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흐트러지고 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따라서 커피하우스는 문을 닫았고 압수한 커피는 불태워졌으며 사람들은 집에서 몰래 커피를 마셔야만 했다. 이러한 사실이 카이로의 술탄에게까지 보고됐지만 카이로의 의사와 성직자들이 커피가 심신을 상쾌하게 해 신을 숭배하는데 도움 된다고 결론내려 카이르베그는 악의적으로 민중을 억압했다는 죄로 참형당했다.

16세기 오스만제국이 아랍권을 통치하면서는 터키가커피의 짙은 향기에 휩싸였고, 커피음용은 모든 활동에 앞서 치러지는 의식으로 자리잡았다. 가정에서는 초대받은 손님이 집으로 들어서면, 상점에서는 상거래에 앞서,이발사는 머리를 자르기 전에 커피를 접대했다. 손님이 커피를 거절하는 것은 극심한 결례로 주인은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웬만한 가정에는 커피끓이는 일을 전담하는'카베기'라는 하인이 한명씩 있었고, 부유한 가정에는 끓인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이초글란'이라는 하인까지 따로 두었다. 17세기 터키를 방문한 한 영국인 의사는 "터키인들은 몸이 아프면 단식하면서 커피만 마신다. 그래도 병이 낫지 않으면 유언장을 작성하고는 다른 치료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

김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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