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의 세계는 넓다. 눈이나 코를 아름답게 하거나 가슴을 부풀리는 '미용' 분야만이 성형의 전부는 아니다. 몸짱'얼짱 열풍 탓에 가려져 있을 뿐 신체의 구조적 기형을 바로잡는 성형 또한 외과의 특수분야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계명대동산의료원 성형외과 한기환 교수는 이런 기형 가운데 두개악안면(얼굴) 성형수술의 대가다. 지난 30여년간 구순'구개열(언청이)'두개안면골'인조귀 성형 등을 전문 진료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에 남아 있는 이유는'보람' 때문인 것 같아요. 얼굴기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아직 여전하고, 그런 편견 때문에 말 못할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얼굴기형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합니다." 한 교수는 "얼굴기형 성형은 여러번에 걸친 수술과정으로 인해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인기있는 진료 분야는 아니다"며 "보람이 없었다면 개업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가 가장 많이 보는 진료분야는 입천장이 좌우로 갈라지는 구순'구개열. 우리나라에선 500~600명에 1명꼴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얼굴기형이며 성장 장애나 마취 등에 의한 부작용 때문에 여러번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교수는 "일측성 구순'구개열 갈림증은 보통 6~8번 수술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환자보다 먼저 수술을 포기하는 법은 없었다"고 했다.
구순'구개열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한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조귀 성형수술에 성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조귀 성형이란 선천성 기형이나 사고로 귀가 부분만 있거나 없는 환자들에게 실리콘으로 만든 인조귀를 귓바퀴 부위의 뼈에다 티타늄 합금으로 된 삽입물로 고정하는 것.
인조귀는 5년여마다 한번씩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여러차례 수술을 통해 갈비물렁뼈를 귀 모양으로 조각해 이식하는 기존 자가연골재건술과 비교할 때 한차례만 수술받으면 되고 귀모양과 색상을 정상과 거의 같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이증(小耳症) 소아를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인조귀 부착법은 2002년 2월 세계적 권위를 가진 미국성형외과학회지 '성형과 재건수술'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 교수는 1990년 하바드 의대에서 처음 이 수술을 접한 후 이듬해 스웨덴에서 수술법을 익혔고, 95년 첫 수술 이후 지금까지 인조귀 성형만 모두 100례를 해냈다.
얼굴기형 성형 전문의로 명성을 쌓아 온 한 교수는 뛰어난 예술감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6년 사고로 한동안 발을 못 쓰게 됐던 한 교수는 6개월간 조각기술을 익혔고, 2007년 4월 '예술과 의술 사이'라는 조각전을 연 것.
"성형외과의사들 중에는 예술감각을 타고난 이들이 많아요. 미대와 의대를 고민하다 성형외과를 전공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일단 예쁘게 성형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감각이 필수"라는 한 교수는 "미대를 고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다"며 "조각전은 지난 30여년 동안 수술했던 환자 사진을 창의적으로 연출한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의 예술감각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취미는 사진이다.
어려서부터 사진을 좋아했던 한 교수는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의 고급 카메라를 둘러메고 야외로 돌아다녔고, 고교 땐 무용수를 찍느라 발표회를 쫓아다니는가 하면 '미인사진 촬영대회'에도 참가한 이색 경력을 지녔다.
한 교수가 성형외과를 전공하게 된 다른 이유도 환자의 임상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 성형외과 특성 때문으로 올 5월엔 '임상사진술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프로필
△1978년 경북대 의대 졸업 △86년 계명대 의대 성형외과학교실 교수 △89년 경북대 의학박사 △90~91년 미국 보스턴 하바드 의대 소아병원 객원교수 △94~2004년 계명대 의대 성형외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2004~2006년 코성형연구회 회장 △2006~2007년 대만 장궁기념병원 두개안면중심 객원교수 △현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장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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