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산의 묘미] 약수봉

산을 오르다 보면 마치 산행은 인생여정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산마루를 향해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게 됩니다. 어느 산이든 무시로 정상을 열어놓은 산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제힘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야 비로소 목표지점에 도달하니까요.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제 노력없이 그냥 얻어지는 영화는 없습니다. 산은 그래서 정직합니다.

요즘 산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마냥 등산을 할 것이 아니라 산도 알고 가면 더 많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전국 명산 1000봉을 오른 윤태금씨의 산행일기를 싣습니다.

약수봉은 공작산을 주산으로 서쪽 능선에 가라앉았다 솟은 봉우리로 동봉사 맞은편 산중턱에 약물샘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행히 날씨는 맑고 무척 좋았는데 계곡물이 전날 소낙비로 흙탕물이라 매우 실망하면서 오후 하산 때는 물이 맑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감자바우식당 좌측 계곡다리를 건너 우측 나무계단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울창한 소나무 능선길이 땀을 식혀주며 바닥에는 솔잎이 수북이 쌓여 관절의 피로를 풀어준다. 나무계단을 15분 올라서니, 중턱에 잘 만들어진 나무계단 난간은 주위 경관과 어우러져 지리산 국립공원에 온 기분을 안겨줬다. 5분간 가다가 나무계단길을 버리고 좌측 희미한 능선 길을 올라서면 뚜렷한 주능선길을 만난다.

산행 시작 25분만에 능선에 서니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땀구멍의 땀들이 몸속에 다시 들어가 버린다. 능선을 따라 10분쯤에서 홍천에서 여우고개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있다. 90도 우측으로 틀어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와동고개 삼거리. 이정표에 주차장 1.9Km→정상 2.2Km, 수타사 1Km라고 적혀있다. 산행시작 50분 지났을까.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한참 가니 동굴약수 삼거리를 지나 수타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무더운 8월의 새벽 수타사에서 올라온 것이 엊그제 같다. 특히 수타사에서 올라오는 아름드리 소나무 능선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사이좋은 삼형제 소나무 능선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정상이다. 산행시작 1시간 40분이 지났다. 수타사 2.3Km, 퀑소 1.5Km 이정표와 함께 정상 석에서 기념촬영과 점심식사 후 가파른 길을 10분 내려와 우측 밧줄 매어진 길을 버리고 직진해서 30분 후 동봉사 앞 국도 포장길을 만났다. 우측 포장길을 버리고 또 계곡 길에 접어드니 큰 약도간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수타사 계곡의 진미가 시작된다.

노현마을에서 수타사까지 7Km중 1Km 조금 넘는 협곡 속을 통해 흐르는 계곡은 남설악산 주전골과 지리산 한신 계곡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며 신비롭다. 최근에 계곡 우측 위험지 곳곳에 철재난간을 만들어 놓아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좁은 바위 속을 빠르게 흐르는 물소리, 하얀 암반 위의 물소리, 홍천 백우산 용소계곡의 물소리는 그야말로 내 가슴을 흥분케 만들었다.

퀑소 용소를 지나 수타사 경내에 도착했다. 수타사를 호위하며 흐르는 계곡, 절 주위의 수림, 아름다운 경치를 품어안은 한국에 산다는 보람을 느껴본다. 신라708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2005년 오대산 월정사에 보관한 것을 성보박물관을 지어 보물 745호로 지정한 월인석보를 보관하고 있다.

산행 후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목욕시간 포함해서 4시간이 소요됐다. 여름 울창한 소나무 숲속 피톤치드를 호흡하고 수려한 계곡과 친구가 되어 수타사의 역사의 숨결 3박자가 어우러진 멋진 신행이었다. 여름 산행지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윤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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