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환율 인상…올바른 환테크 전략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훌쩍 뛰어넘더니 1,200원대로 맹렬히 달려나가고 있다. 출장, 유학, 여행 등 이제 '외화'와는 떨어져 살 수 없는 시대. 환율이 오르면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무 생각없이 송금하고, 아무 때나 환전하고, 여행갔다가 남은 달러 바로 바꾸는 이런 식의 외화관리법, 이제는 버려야할 때다.

◆환테크에 나서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인정할 만큼 원/달러 환율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환전을 미뤄야 한다. 여행 다녀와서 달러 남으면 바로 원화로 바꾸는 습관은 지양해야할 때.

유학 가 있는 자녀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꼭 필요한 만큼만 보내고 가급적 송금을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조금씩 나눠 사는 것처럼 송금 수요가 많은 사람은 달러도 분할 매수해야 한다. 한 달 뒤 1만달러가 필요하다면 이를 한번에 바꿀 게 아니라 수차례에 나눠 조금씩 사들이라는 것이다. 환율이 급등한 날은 피하고, 갑자기 떨어지는 날 등을 노려 여러 차례에 걸쳐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송금을 하는 사람이라면 외화를 분할 매입, 외화예금통장에 넣어둬야 한다. 외화를 미리 확보해두면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할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외화예금에 있는 돈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환차익이 생기더라도 세금을 물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금리를 기준으로 이자를 쳐주기 때문에 이자가 다소 낮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 환율 상승기 환차익을 노린다며 외화예금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 환율이 꾸준하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갈팡질팡하며 올라왔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미 환율이 너무 오른 만큼 지금 외화에 투자한다고 해서 큰 수확을 올리기는 어렵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결제한 뒤 사나흘이 지난 시점의 환율을 적용하는 신용카드를 쓰기보다는 현금을 쓰는 것이 낫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환전도 이제 신경써서 해야 한다.

우선 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환전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은행 영업점이나 공항보다 훨씬 싸다. 인터넷을 통해 환전을 예약하고 결제한 뒤, 원하는 날짜에 영업점에서 외화를 찾아가면 된다. 일부 은행은 최대 70%까지 수수료를 깎아준다.

공동 구매도 수수료를 줄이는 방법. 은행이 운영하는 공동 환전·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전 수수료는 최대 70%, 해외 송금 수수료는 최대 60%까지 깎아준다.

무료 쿠폰도 챙겨보자. 대다수 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환율 수수료를 30%가량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발급하고 있다.

또 주거래은행을 잘 활용하면 우대 환율 서비스와 송금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역외펀드도 관심 대상

해외펀드가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던 역외펀드가 고환율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역외펀드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설정돼 있고 대부분 환헤지를 걸지 않기 때문에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하는 때에 달러화로 투자하는 펀드에 환헤지 없이 돈을 넣어왔다면 환차익 덕분에 이익을 보는 경우가 생긴다. 모든 펀드가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역외펀드는 환차익을 통해 손실을 만회해주고 있는 것.

국내에서 판매된 해외펀드들이 많게는 연초 이후 30%까지 손실을 보고 있지만 역외펀드들은 원화로 계산할 경우, 플러스 수익을 내거나 10% 미만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락장에서 눈에 띄는 펀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기반으로 중국에 투자하는 역외펀드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템플턴 중국펀드'의 경우, 최근 한 달 수익률이 -2%대. 그러나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약 7.2% 올라 환차익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약 5%의 수익을 올려낸 구조가 됐다.

역외펀드 뿐만 아니라 일반 해외펀드 중에서도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들은 손실폭을 상당 부분 줄이고 있다.

삼성투신, 푸르덴셜자산운용, 대신투신 등의 몇몇 해외펀드는 환헤지 여부를 옵션으로 걸고 있는데 환헤지를 하지 않았으면 환헤지를 했을 때마다 많게는 15%포인트 이상 수익률 차이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라틴아메리카주식형 펀드의 경우 환헤지를 건 상품이 연초 이후 5% 손실을 보고 있지만 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은 10% 수익을 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