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월이다. 8월의 무더운 날씨가 아직도 두렵고 얄밉다. 사실 살다 보면 얄밉고 두려운 일이 더러 많다. 상식에 어긋나는 무례함,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고집스러움, 타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막무가내 행동 등….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곧장 '사가지 없는 놈'이라고 욕 아닌 욕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발끈하고 달려들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가지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흥분하며 덤벼들까?
대다수 사람들은 낱말의 뜻을 잘 모르면서도 그냥 기분 나쁜 말로만 여긴다. 풍요로운 언어생활을 위해서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삭막한 생활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다.
사가지의 '사'는 우리말로 '네'가 되고 한자어로는 '사(四)'가 된다. 사가지는 첫째 성씨, 둘째 말씨, 셋째 솜씨, 넷째 맵시로 네 가지를 뜻한다.
성씨는 그 사람의 근본이고 가문과 혈통을 상징하며, 말씨는 상대에 대한 예의를 나타내는 기본으로 존댓말, 반말, 대화법, 용어사용 등 가정교육을 나타낸다. 솜씨는 일종의 기능으로 음식솜씨, 바느질솜씨, 길쌈솜씨 등 삶을 영위하는 생활 능력이며, 마지막 맵시는 행동거지인데 옷 입는 맵시, 절하는 맵시 등 신분과 질서에 맞는 품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람됨을 짐작하게 한다.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하는 기본으로 이 네 가지가 쓰여지곤 했다. 그러므로 사가지가 없는 놈이면 그야말로 망나니요, 막 사는 사람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이 상대할 수 없는 별종이다. 누구인들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지 않겠는가.
반듯한 근본과 예의바른 언어구사, 정갈한 솜씨와 거기에 걸맞은 자신의 품위를 갖춘다면 누가 사가지 없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엄마의 몸에서 손을 꼭 쥔 상태로 태어난다. 엄지를 꼬부리고 그 위에 검지 중지 무명지 소지로 덮은 채, 주먹을 쥐고 험난한 세상을 처음으로 맞는다.
엄지를 둘러싼 네 손가락이 사가지에 속하고 숨은 엄지는 마음씨가 된다. 사가지의 영향으로 마음이 형성되므로 사람들에게는 마음씨를 덕목의 으뜸으로 꼽는다.
사가지를 잘 다듬으면 고운 마음결이 저절로 되살아날 것이다. 곱고 깨끗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사랑과 믿음이 넘쳐날 것이다.
9월의 하늘처럼 밝고 맑은 사회가 되도록 모두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꾸어 보면 어떨까? 사가지가 철철 넘치는 풍성한 가을을 함께 그리면서….
공영구(시인·경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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