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우현의 보석이야기] 9월의 탄생석 사파이어

이건 바다다. 나의 바다…. '현실'의 법칙을 잊고 싶을 때 나는 나의 바다를 만진다. 사파이어를 보고 바다가 생각난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프랑스의 시인 장 모레아스도 "나는 동양 사파이어의 우아한 기품을 가득 담은 해변에서 태어났다"라며 고향의 바다를 사파이어에 비유했던 걸 보면 말이다.

9월의 탄생석인 사파이어는 루비와 함께 커런덤에 속하는 보석으로, 빨간색의 루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사파이어라고 부른다. 사파이어라는 이름은 파란색을 의미하는 라틴어 '사파이러스(Sapphirus)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사파이어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파란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파이어를 대표하는 색은 파란색이지만 사파이어는 파란색에서부터 초록색, 핑크색, 노란색, 주황색, 무색투명한 사파이어까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사파이어 색상 중 핑크 컬러는 최근 몇 년간 아주 인기가 높은 보석으로 원석의 가격도 급상승하였다. 핑크 컬러는 빨간색의 루비가 너무 화려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또한 핑크사파이어, 옐로사파이어나 연한 블루사파이어는 커팅의 정교성에 따라 희소성이 있어 고가인 컬러다이아몬드의 느낌도 준다.

옛날 사람들은 사파이어를 루비와 함께 '치료의 힘'을 가진 돌로 믿어 왔으며 누구나 이 돌을 가지게 되면 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어떤 심한 안질에도 이 돌을 눈에 대기만 하면 치료의 효험을 보았다고 하는데 이 보석을 펜던트나 브로치로 만들어 가슴에 장식하면 약혼자나 연인들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파이어는 또 다른 행복으로 접근시키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허리띠에 장식하면 이성을 매혹시킬 수 있으며, 여성은 쉽게 잉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파이어는 대신 진리·불변의 상징이기도 하며 지혜, 덕망, 자애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대 왕들은 해악과 질시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파이어를 착용했다고 한다. 또한, 로마 바티칸 교황청의 추기경 전원이 사파이어 반지를 낀다고 한다. 이것은 12세기부터 레네스 주교에 의해 시작된 전통으로 성직자의 오른손 중지에 끼워져 교회의 상징으로 쓰여진 것이다. 사파이어는 중요한 정보의 식별 능력을 증가시켜주고 지혜와 지식을 한층 더 높여 준다 하여 회사의 중역이나 글을 쓰는 직업에 기자나 작가, 목사나 신부님, 변호사, 고고학자와 사학자 등의 직업에 어울리는 보석이기도 하다.

사파이어는 아직도 영국 왕가의 선호품으로 앤 공주와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약혼반지에 장식되었다. 다이애나가 약혼반지로 사파이어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약 18개월 동안 사파이어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사파이어는 다이아몬드와 같이 가격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색상, 투명도, 합성 혹은 천연인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또한 천연 사파이어라고 해서 반드시 높은 가격으로만 거래되지는 않는다.

내포물이 거의 없는 맑고 깨끗한 사파이어일수록 좋은 품질이다. 특히, 외국에서 구입할 경우 등급이 낮은 저품질의 천연사파이어인 경우가 많으니 구입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듣는 '세일론 사파이어'란 말은 스리랑카에서 생산된 좋은 품질의 푸른 사파이어를 말한다. 루비에 비하여 사파이어는 합성 제품은 적지만 시중의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것은 거의 표면 확산 처리를 한 디피전 사파이어라는 것이다. 즉, 화이트사파이어 원석에 색 처리를 한 것이다.

이것은 블루 사파이어 중에서 최고의 품질로 인정하는 세일론 사파이어와 유사할 정도로 색감이 뛰어나지만 보석적인 가치는 별로 없다.

사파이어도 루비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는 힘이 들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보증서를 받고 구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꼭 사파이어가 아니더라도 고가의 보석은 믿을 수 있는 감정소의 보증을 받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최우현(홍익대학교 대학원 금속장신구 디자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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