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밤새 송편빚는게 괴롭던 그때

30여 년 전, 어머니는 시장에서 떡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었다. 평상시에는 송편, 쑥떡, 인절미 등과 부추전, 파전 등의 간단한 요깃거리로 시장에 장 보러 온 아줌마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셨다. 어머니가 만드는 떡은 시장에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갓 지은 고두밥을 커다란 돌 호박에 넣고 해머 같은 나무 절구로 찧어 만들어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추석이었다. 평상시에는 하루 팔 분량 만큼만 만들면 되었지만 추석이 되면 송편만 한 가마니 가량 만들어야했다. 지금이야 기계로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크기의 송편을 찍어내듯 만들지만 그때 당시에는 사람의 손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이 송편이었다. 추석 전날은 우리 식구는 물론 큰집 언니 오빠까지 밤이 맞도록 송편을 만들어야했다.

모양도 가지가지고 크기도 가지가지였지만 찜통에 솔잎을 깔고 쪄내 참기름을 살짝 발라 놓은 그 송편의 맛과 지금의 기계 송편의 맛은 비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머니는 추석날 아침이면 주문 받은 송편을 다 주인들에게 안기고 큰집에 늦지 않게 도착했었다. 그때는 밤이 새도록 송편을 만드는 것도 싫었고 어머니가 고생하는 것도 보기 싫었지만 지금은 그 시절 언니 오빠와 즐겁게 만들던 송편의 맛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명절이 돼도 만날 수 없는 사촌언니 오빠들 가정에 보름달 같은 풍성함이 넘치길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정옥연(대구 동구 신천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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